[O2플러스/ART] 우리산하에 대한 응시 : 박정민 개인전-인터스케이프(Interscape)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2일 2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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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
● 우리 산하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대한 정면 응시

<전시회 정보>
■ 전시장소 :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 인덕빌딩 3층)
www.gallerylux.net
■ 전시기간 : 2011.10.12(수) - 10.18(화)

화성, 매향리, 2010
화성, 매향리, 2010


2009년부터 현재까지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박정민(41)의 '인터스케이프' 시리즈는 문명과 자연 '사이(inter-)'의 갈등과 충돌의 '광경(-scape)'에 대한 사진렌즈의 목격이다.

4대강 사업 등 논란의 현장을 다수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특정 이슈에 대한 선명한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즉 전통적 다큐멘터리 문법을 따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중립적 단순기록에 머물지도 않는다.

대신 작가는 사진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환경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깊은 자각과 성찰을 분명히 요구하는 셈이다. 작가의 생각하는 사진이란 '끊임없는 물음표'이며 사진가의 역할 역시 그 묻는 행위를 집요하게 이어가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무한한 시간과 공간의 연쇄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있냐고.

■ 작가 노트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여주, 준설토 적치장, 2011
여주, 준설토 적치장, 2011


"(…) 환경이라는 아젠다 혹은 아포리아를 붙들고 씨름하기 시작한지는 오래됐다. 갈수록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았다.

카메라를 잡고 있는 내 마음은 더욱 심각해져갔다. 굳건해보였던 그 많은 느낌표들은 시간이 갈수록 고개를 숙이고 물음표로 변해갔다. 카메라라는 물건은 이런 국면을 전환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못됐다. 지팡이 혹은 창검으로 써볼까 했으니 마땅치 않다. 짚자니 미끄러지고 겨누자니 빗맞기만 한다.

이번에도 누군가는 과학적으로 명확한 규명을 해낼 것이고 또 누군가는 호탕한 정치적 주장을 펼칠 것이다. 혹자는 기도하고 혹자는 개발할 것이다. 좌우지간 환경문제의 통섭적 성격에 걸맞는 다종다양한 대처법을 선보이리라 믿는다. 대신에 나는 카메라라는 물건에 비로소 걸맞는 짓에 나서기로 했다.

군산, 금강 하구, 2009
군산, 금강 하구, 2009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먼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정확히 보아야 한다. 이것을 해낼 수 있게 되면 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스리랑카 스님이 쓴 '위빠사나'란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제일 먼저 있는 그대로를 '여유롭고 대범하게' 바라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포크레인은 이젠 숫제 이 산천의 허수아비가 되었다. 무언가를 내치는 저 굉음이 이 강가에서의 본디 울림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여기에서 적장의 목을 베었을 테고, 들꽃은 그 위로 살아보자고 피어올랐을 것이다. 또한 무역선이 떠나던 날 또 누군가는 그 꽃을 따 쌈지에 품기를 몇 번이었을까? 그 모두의 후렴이자 뒤이어지는 모두의 앞소절일 저 포크레인을 있는 그대로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엉킨 타래뭉치를 들고 나와 강물 속에 드리워놓는다. 뚫어져라 보아가며 주문 걸듯 되뇌인다. 도대체 너는 무엇을 보았냐? 물음은 대치되지 않는다. 다만 낚아 올려도 좋을 만큼 또렷해질 뿐이다.(…)"

부여, 금강, 2009
부여, 금강, 2009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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