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빈티지 수집 취미 시작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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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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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모을 때처럼 욕심 버리고 새로움 찾는 정신으로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스웨덴의 한 빈티지샵. 고가구와 오래된 시계 등을 구할 수 있다.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스웨덴의 한 빈티지샵. 고가구와 오래된 시계 등을 구할 수 있다.
빈티지 수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품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욕심 부리지 말고 작게 시작해 재미를 붙여갈 것을 권한다. 중년 남자들이라면 어렸을 때 우표수집 한번 정도는 해 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신기하고 새로운 우표가 한 장씩 늘어날 때마다 새록새록 느꼈던 흥분과 기쁨을 기억할 것이다. 어른들의 수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롭게 늘어나는 물건들을 보면서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보다는 그것을 얻기까지의 스토리와 물건에 내재된 가치 때문이다.

○ ‘물건’이 아닌 ‘이야기’를 모으는 것

그렇다면 좋은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일본 민예가이자 수집가였던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저서 ‘수집물어(蒐集物語)’에서 수집하는 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수집가는 욕심 때문에 물건을 사 모으는 행동을 경계해야 하며, 언제나 경건한 자세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어느 돈 많은 사업가가 어느 날 앤티크 상점에서 희귀한 시계 500점을 구입했다고 하자. 이 경우 그는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일 수는 있으나 수집가는 아니다. 수집하는 과정에 있어야 할 기쁨과 고민의 순간들이 통째로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집은 돈이 아닌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할 때 더욱 돋보인다. 성급하게 오래된 물건들 수집에 나서기 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수집활동의 작은 목표와 원칙을 먼저 세우기를 권한다.

필자는 오래된 사진들을 수집한다. 사진에는 역사적 사건이나 유명인이 아닌 100여 년 전 살았던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이 담겨 있다. 시작은 단순했다. 오래전 할머니 댁에서 낡은 앨범을 본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학창시절 때부터 시작된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굳은 표정이나 조금은 어색한 복장은 물론이고 일제강점기 사진관 내부 풍경, 손목시계를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턱을 괴고 찍은 우스꽝스러운 사진에 이르기까지 낡은 사진들 속에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가 함축돼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 수집은 10여 년 뒤 제법 근사한 컬렉션이 되었고 때로는 당시의 복식과 생활을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됐다. 사진은 많은 사람이 욕심내는 수집의 영역은 아니다. 주변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자료지만 수집의 대상이 되면 수집가에게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이처럼 자신이 재미있게 할 수 있고 관심이 있는 물건들을 대상으로 수집을 시작해 보는 게 좋다.

○ “수집은 게으른 낭만”

캐나다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작가인 바버라 호지슨은 저서 ‘trading in memories’에서 세계 곳곳의 벼룩시장과 앤티크 상점들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그는 “새로운 도시를 찾을 때마다 얻어지는 물건들을 통해 과거를 만지고, 보고, 냄새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건을 수집한다는 것은 그것을 수집하는 장소가 아무리 소란스럽고 무질서해도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운 내면적인 작업이다. 시간의 흐름이나 완벽함이라는 오늘날의 기준과 상관없이 과거에 집착하는 행위에는 게으른 낭만이 숨겨져 있다. 내가 가진 물건들은 어딘가 흠집이 나 있고 결점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치고, 물과 불의 수난을 받은 것들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의 말처럼 당신이 수집하려는 물건이 반드시 완벽한 상태의 것일 필요는 없다. 혹시라도 낯선 도시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부터 열리는 벼룩시장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플리마켓’이라는 이름의 유래처럼 벼룩시장에는 어느 대저택에서나 사용했을 법한 화려한 가구부터 닳아빠진 가죽구두에 이르기까지 많은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 단순히 신기한 물건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누군가가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읽었던 수십 년 된 소설책, 100여 년 전 어떤 연인들이 주고받았을 손으로 쓴 편지들, 오랫동안 아름다운 빛을 내온 19세기의 유리잔, 누군가의 노력과 애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우표 앨범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한 물건과 수집의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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