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대학생 ‘민달팽이’들 뭉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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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108명 ‘유니온’ 결성
자취정보 공유-이사 품앗이

지방 출신인 연세대 2학년생 여소아 씨(20·여)는 서울에 올라온 뒤 1년여 동안 자취 하숙 기숙사 등을 전전하고 있다. 대구에서 갓 올라온 1학년 때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지만 2학년이 되면서 기숙사 배정 추첨에서 떨어져 집 없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일대를 헤매다 지금은 한 달 45만 원짜리 하숙집에서 살고 있다. “작고 허름해도 맘 놓고 지낼 수 있는 집이 있으면 좋겠지만 집 떠나온 대부분의 지방 출신 대학생은 월세 5만 원에 떠는 ‘민달팽이’ 신세예요. 비좁은 하숙집, 자취방에서 다닥다닥 붙어살지만 정작 기댈 이웃은 아무도 없어요.”

집 없는 ‘민달팽이’ 대학생들이 손을 잡고 주거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연세대 ‘민달팽이 유니온’이 5일 출범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1차 회원 가입을 받는 동안 108명의 학생이 가입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등록금에다 신촌, 대학로 등 대학가 일대 집세도 오름세를 보여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이 몰려 있는 신촌 일대 원룸은 20∼25m²(7, 8평) 크기의 경우 보통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선이다.

비싼 주거비에 비해 환경은 열악하다. 싼 자취방을 찾다 보니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지고,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은’(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가사 중) 반지하나 옥탑방 생활을 하는 학생도 많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조합원들끼리 자취·하숙 정보를 나누고 이사 품앗이, 밑반찬 만들기, 부동산 문제 상담, 신촌 지역 주거실태 조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자문할 부동산중개업소를 섭외해 협약을 맺었고 밑반찬 만들기 행사도 두 차례 열었다.

민달팽이 유니온 홈페이지(www.snailunion.com) 주거정보 리뷰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자취·하숙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벌레가 나오는지, 수돗물 압력과 방음 상태, 쾌적도 등 항목별로 자세한 평가와 함께 방 내부 사진도 올려 정보를 공유한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연세대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다른 대학과의 주거 네트워크를 형성해 대학생 주거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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