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38)이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했다면 '건방진도사' 유세윤은 화려한 프로필을 읊고 '당신은 욕심쟁이 우후훗!'이라고 외쳤을 것이다.
21살 나이에 한국인 최초로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KIM)역을 맡아 브로드웨이에서 열연한 것으로 유명한 이소정은 '한국인 최초의 브로드웨이 진출' 수식어가 부족했는지 작가, 보컬리스트, 작사가, 라디오 DJ 경력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리고 최근 MC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추가했다. 1월부터 음악 감독 박칼린과 번갈아가며 아리랑TV 토크쇼 '하트 투 하트'의 진행을 맡은 것.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터뷰를 받기만 하다 "MC를 맡아보니 인터뷰어들의 고충을 알 것 같다"는 그를 만났다.
사진=김동주기자 zoo@donga.com
▶ 카리스마 발산하는 무대, 카리스마 죽여야 하는 MC…
-MC를 맡은 지 두 달째입니다. 소감은?
"우와. 노래도 힘들지만 MC는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던가요.
"대본이 있지만 결국 쇼를 이끄는 것은 제 몫이기 때문에 대본 외에 사전준비가 필요해요. 동국대 영문학과 찰스 몽고메리 교수가 게스트로 나오신다는 소식에 블로그 찾아서 다 읽고 라디오 출연분까지 모두 들었어요. 녹화 당일 대본에 있는 질문지를 모두 소화했는데 교수님 말이 정말 빨라서 5분 정도 시간이 남는 거예요. 사전 조사한 것들 떠올리며 애드리브로 때웠죠. 집요한 성격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서인지 방송 중에 대본을 거의 보지 않으시더군요.
"많이 안보려고 해요.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매회 새로운 게스트를 초대하다보니 녹화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겠다고 예상할 수가 없어요. 내 딴에는 게스트를 배려한 건데 오히려 게스트가 불편해 하기도 하고요."
-무대 경험이 많으신데 MC와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노래는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것인데 MC는 내가 카리스마를 발산하면 게스트가 죽죠. 제 무대면 제 주관대로 갈 수 있지만 토크쇼에서는 게스트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녹화 전에 게스트를 따로 만나기도 하나요?
"거의 만나지 않아요. 카메라 돌기 전에 1분 정도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전부죠."
-NG도 많이 나나요?
"거의 나지 않는 편이에요. 25분간 방송되는데 녹화 시간도 25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요. 편집도 거의 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되는 편이죠."
"박지현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운동선수들 사실 정말 힘들고 고독하잖아요. 인터뷰를 하다보니 경건해더라고요. 곧 경기가 있다는데 직접 가서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나이는 어렸지만 대화하다보니 배울 점도 많았고요. 이회창 대표께는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하나도 묻지 못했어요. 워낙 달변가이시다보니 질문 하나만 던져도 5분 넘게 대답하시니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하하"
답변을 끊고 질문을 해보지 그랬냐고 묻자 "게스트가 하고 싶은 말이라면 끝까지 들으려고 한다"며 "프로그램 제목이 '헤드 투 헤드'였다면 내가 묻고 싶은 것부터 물었을테지만 '하트 투 하트'이기 때문에 게스트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토크쇼에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다면요?
"강호동 씨를 초대하고 싶어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를 보면 강호동 씨는 게스트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지잖아요. 반대 입장에 처해보게 하고 싶네요. 하하. 개인적으로 팬인 영국 가수 스팅도 초대해보고 싶고요."
아리랑TV 토크쇼 \'하트 투 하트\'의 MC를 맡은 이소정은 포즈를 마음껏 취해보라는 기자의 말에 "프로그램에 맞게 하트를 그려보겠다"며 두 손을 모았다. 사진=김동주기자 zoo@donga.com ▶ '내 인생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
-이소정 씨에게는 뮤지컬 배우, 작가, 보컬리스트, 작사가, 라디오 DJ 등 정말 많은 수식어가 있습니다. MC까지 도전하신 이유가 있다면?
"사실 '도전'은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면서 하는 걸 싫어하는데 제가 그 상황에 처해있네요. '하트 투 하트' 진행 제의는 지난해 말 공연 차 한국에 잠깐 들어왔을 때 받았어요. 저도 게스트로 두 번 나갔었고 좋아하는 토크쇼라 고민을 많이 했죠.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백이면 백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감사하게 받아들여라'고 해서 수락했습니다."
-MC를 맡지 않으셨다면 2011년은 다른 계획이 있으셨겠네요.
"미국에서 음반도 발매하고 또 다른 활동 계획이 있었어요. 일본에서 공연 투어를 기획하고 있고요.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려고 했는데 MC를 맡으며 미국에서는 음반만 발매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활동하기로 했죠."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셨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할리우드에 도전하는 가수 배우들이 많은데 좋은 소식은 많이 들리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할리우드 진출이 실패했다기 보다는 성공할 때까지 시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디안의 비 내려 달라는 기도는 신이 꼭 들어준다고 하잖아요.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하기 때문인데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몇 개월, 1년 시도하고 결과를 기대하면 무리가 있어요.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는 심정으로 5년, 10년 바라보며 하면 되요."
-요즘 뮤지컬에 도전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삼총사'를 봤는데 그룹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나오더군요. 처음 봤는데 정말 예뻤어요.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을 떠나 몸을 사리지 않더군요. 몸 아끼면서 살살 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규현을 보면서 박수 많이 쳤어요. 꾀를 부리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내 인생의 전성기'를 꼽으신다면 언제인가요?
"이제 시작된 것 같아요. 그동안 열심히 배워왔고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찾았거든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Kim)' 역을 맡았을 때를 꼽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그 당시엔 부담감이 컸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제가 정말 잘해서 '킴'을 맡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몇 년은 부담을 끼고 살았어요. 그런 기회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죠. 무대에 서는 것은 좋지만 언제나 힘들고 두렵거든요.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순간 스트레스도 조절할 수 있게 되는데 그 때까진 힘들었죠."
-앞으로 계획은요?
"노래도 '하트 투 하트'도 최선을 다해야죠. '하트 투 하트'를 진행할 때마다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사진=김동주기자 zoo@donga.com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