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장르드라마 시대 연 ‘드림하이’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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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1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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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를 꿈꾸는 예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2 \'드림하이\'는 국내 최초로 뮤직드라마를 시도했다. 사진제공 홀림.
가수를 꿈꾸는 예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KBS2 \'드림하이\'는 국내 최초로 뮤직드라마를 시도했다. 사진제공 홀림.
"미국의 법정드라마는 법을 보여주고 일본 법정 드라마는 교훈을 주고 한국 법정 드라마는 연애한다."

최근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글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드라마의 주요 소재는 멜로였다. 수사 과학 의학 등 장르드라마를 시도한 경우는 많았지만 법정에서 연애하고 병원에서 연애하는 '무늬만 장르드라마'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KBS2 '드림하이'와 SBS '싸인'은 '제대로 된 장르드라마'로 월화, 수목 드라마 1위에 올랐다.

▶예고에서 노래하고 국과수에서 부검하고

'드림하이'는 가수를 꿈꾸는 예고생들의 이야기다. 가수 사관학교인 '기린예고'에 입학해 졸업까지 '예비 가수'들의 성장기를 다룬다. 1회 10.7%로 시작한 시청률은 출연진들이 2학년으로 진학한 13회 17.9%(AGB닐슨 기준)까지 올랐다.

'드림하이'의 선전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드라마 방영 전 그룹 '미쓰에이'의 수지, '2PM'의 택연과 우영, '티아라'의 은정, 아이유 등 인기 가수들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으나 막상 드라마가 시작하자 미흡한 연기력과 허술한 전개로 논란이 됐던 것.

반전은 음악이었다. 수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포탈 사이트 단골 검색어 '수지 발연기'는 '수지 겨울아이'로 바뀌었고 '겨울아이' '어떤이의 꿈' 등 드라마 수록곡은 음원 사이트 상위에 랭크됐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드림하이'는 음악이라는 주제를 통해 볼거리를 상당 부분 제시한다"며 "천편일률적인 내러티브는 지양하고 퍼포먼스 등 스펙터클하게 보이는 부분을 잘 살리고 있다"고 평했다.

SBS '싸인'은 수사 메디컬 드라마로 미국 수사물 'CSI'와 비교되곤 한다. 이에 대해 여주인공 김아중은 "'CSI'가 '어떻게'에 주목한다면 '싸인'은 '왜'에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SBS '싸인'은 수사 메디컬 드라마로 미국 수사물 'CSI'와 비교되곤 한다. 이에 대해 여주인공 김아중은 "'CSI'가 '어떻게'에 주목한다면 '싸인'은 '왜'에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부검의들이 부검을 통해 범죄에 숨겨진 사인을 밝혀내는 '싸인'도 '수사 메디컬'이라는 장르가 주목받으며 상승세를 탔다.

'싸인'은 드라마 초반부터 아이돌 스타의 죽음부터 미군 살인 사건 등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며 경쟁작인 '마이프린세스'(MBC)에 밀리는 듯 했다. '마이프린세스'는 가볍고 쉬운 반면 부검 과학수사 등 쉽지 않은 설정의 '싸인'이 시청자들에게 어려웠던 것.

그러나 수사 메디컬이라는 장르의 특색과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주제가 맞물리며 "제대로 된 수사 메디컬"이라는 호평을 받기 시작해 12회 시청률 20.6%(AGB닐슨 기준)을 기록했다.

▶한국형 장르드라마 장수하려면

과거에도 장르드라마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항공업무 종사자와 국제 무기 로비스트의 세계를 다룬 '에어시티'와 '로비스트' 등은 장르드라마의 '맛'만 보여주고 뻔한 멜로로 흘러 '용두사미'라는 평을 받았다.

윤 교수는 "잘못 설정된 프레임"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동안 장르드라마는 단순히 엘리트 직종에 집중했다는 것. 그는 "일본 시청자들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궁금해 한다면 한국 시청자들은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것에 관심을 둔다"고 설명했다.

그 점에서 '싸인'은 한국 시청자를 잘 파악했다. '싸인'은 법의학 범죄와 권력을 결부시켜 정의 진실 등 화두를 던져가며 감동적인 전개를 이끌어 간다는 것.

김아중 또한 '싸인'이 미국 수사물 'CSI'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 "'CSI'가 '어떻게' 수사하는지에 집중한 반면 '싸인'은 각 인물들이 '왜' 사건에 집중하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유에 집중해 드라마 정서가 풍부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문원 대중문학평론가는 '한국식 배합'을 강조했다. 그는 "'장르'가 중심이라는 출발선은 잊지 않는 동시에 '달달한 멜로'를 적절히 버무려야만 한국형 장르드라마가 장수할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 또한 "한국 시청자들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는 동시에 음악이면 음악, 법의학이면 법의학 틀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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