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아이돌 가수가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중심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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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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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에서 연기돌로의 확장은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 아이돌의
주요 평가 지표가 '연기력'이 우선된다면 부작용 우려

한류스타 배용준과 아이돌 제조기 박진영의 등장만으로 화제를 모은 KBS 2TV ‘드림하이’ 제작발표회장\' (스포츠 동아 국경원 기자)
한류스타 배용준과 아이돌 제조기 박진영의 등장만으로 화제를 모은 KBS 2TV ‘드림하이’ 제작발표회장\' (스포츠 동아 국경원 기자)

최강의 한류스타 배용준의 등장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1월3일부터 방영된 KBS 월화드라마 '드림하이'가 그것.

배용준이 무대의 전면을 차지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국내 최강의 아이돌 기획자 가운데 하나인 박진영이 합세해 무게감을 더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알던 10대 케이팝 아이돌들이 총출동하는 일종의 '아이돌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드림하이'는 '연기하는 아이돌의 완결판'이라는 표현을 써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케이팝'이라는 가장 뜨거운 주제를 다룬 트렌디드라마다. 때문에 전 세계 한류 팬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먼저 지난해 가장 주목받는 신인이었던 미쓰에이의 수지, 그리고 '짐승돌'로 이름 높은 2PM의 두 멤버 우영과 택연 등 박진영 사단의 아이돌 스타가 전면에 등장한다. 여기에 현존하는 최고의 블루칩 아이돌인 아이유는 물론이고 드라마 '커피하우스'로 이미 연기력을 검증받은 티아라의 은정까지 주요 배역을 차지했다.

▶ 사상 최초의 '아이돌+연기돌 드라마'

아이돌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 '드림하이'는 아이돌 스타 한두 명 정도가 참여하던 기존의 아이돌 참여 드라마와 큰 차이를 지닌다. 그리고 '드림하이'는 예술고교를 배경으로 요즘의 아이돌 비즈니스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는가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드라마다.

하지만 출발부터 순조롭지는 않은 모양새다. 시청률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드림하이'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은 대목은 아이돌들의 '연기력 논란'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아이돌 스타의 연기 도전에 언제나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산업적으로 꽤 중차대한 시점인지라 중요한 이슈가 됐다.

특히 주인공급으로 전면에 나선 미쓰에이의 수지는 '듀셩슝셩'이라는 유행어로 상징되는 발음실수(원래 대본에는 '두성과 흉성')와 책을 읽는 것 같은 대사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끊임없이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안정된 은정과 함께 잡히는 장면이 많아 부족함이 두드러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준비할 시간'이 적었다는 점이다.

수지가 연습생 기간을 거쳐 미쓰에이로 데뷔한 시점이 지난해 7월에 불과하다. 6개월 만에 연기자로 데뷔한 것이다.

수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쁘다는 아이돌 스타의 스케줄을 모두 소화하면서 동시에 연기 수업을 받았음이 틀림없다. 요즘 아이돌 연습생들의 특성상 데뷔 이전부터 연기수업을 받기도 했겠지만 그 준비가 부족했음을 이번 드라마를 통해 증명한 셈이다.

물론 처음부터 연기를 잘 하는 연예인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문 게 현실이다. 이 칼럼에서 지적하려는 것은 수지의 연기력 자체가 아니다. 아이돌이 연기를 겸하는 '연기돌 시대'에 아이돌 스타들의 활동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싶은 것이다.

KBS 월화드라마 '드림하이'는 연기하는 아이돌의 완결판이라는 표현을 써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최근 가장 역동적인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총 출동한다.(사진제공 KBS)
KBS 월화드라마 '드림하이'는 연기하는 아이돌의 완결판이라는 표현을 써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최근 가장 역동적인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 총 출동한다.(사진제공 KBS)

▶ 데뷔 6개월 만에 '연기돌'로 변신해야 한 아이돌의 안쓰러움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티아라의 은정은 드라마 '커피하우스'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검증받은 이력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물론 그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최근에는 영화 '화이트'에 출연해 범상치 않은 연기력을 쌓은 이력이 있다. 이 영화는 아직 개봉하진 않아 평가는 이르지만 일반적 상업영화라기보다 독립영화계에서 살벌한 괴작들을 만들어냈던 쌍둥이 형제 감독(김곡, 김선)의 작품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은정이 얻어낸 경험치는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은정은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동시에 티아라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심신이 큰 부담을 지닌 채 작업에 임해야 했다. 대중음악 활동과 연기 활동을 '동시 병행'하는 것은 뛰어난 재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인 반면 어느 한 쪽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단점 또한 있을 수밖에 없다.

조금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도 '아이돌'에서 '연기돌'로의 진화는 권장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연기돌'은 1세대 아이돌인 SES와 핑클의 멤버들이 대부분 연기자로 변신하면서 그 성공여부를 떠나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다.

이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돌이 연기자를 지향'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곤란하다. 또한 케이팝이 아시아 음악 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이 새로운 현실이 됐다.

누구나 어느 정도 연습과 경험을 쌓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기에 쏟아 붓는 열정 때문에 상대적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감소되고, 또한 이미지가 소모되기도 한다.

최근 SM은 소녀시대 멤버들이 연기자로 활동하는 것을 자제시키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신 '연기돌'의 대명사인 윤아가 멤버로 있는 팀이지만 일본 진출, 그리고 더 큰 도약을 위해서 당분간 '음악활동'에만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아이돌 비즈니스에도 이렇게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현존하는 아이돌 스타들 중 누구보다 높은 음악적 '실력'을 검증받은 아이유 역시 '드림하이'에 (주연급 이하 비중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국의 연예계가 '연기돌'을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 아이돌의 '음이탈'은 가십거리, 연기력 논란은 심각?

물론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스타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방위로 활동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가창력과 약간의 예능 출연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경쟁력을 지닌' 아이유라는 아이템이 드라마까지 출연해야 하는 현실은 어떻게 보면 가혹하게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음악성을 인정받은 아이돌인 '아이유'가 드라마에 뛰어든 것 자체도 뜨거운 논란이 됐다(사진제공 KBS)
최근 음악성을 인정받은 아이돌인 '아이유'가 드라마에 뛰어든 것 자체도 뜨거운 논란이 됐다(사진제공 KBS)

또한 이 모든 것은 아이돌 스타의 '외모 경쟁'으로 바꿔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다. 외모에서 경쟁력이 없는 연습생들은 도태되거나 의학의 힘을 빌리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연기나 예능감'이 없는 아이돌 지망생들은 도태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아이돌 싱어들의 '음이탈'은 그냥 단순한 웃음거리로 넘어가고, '연기력 논란'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이 아이러니한 '주객전도 시대'를 상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춤이나 노래, 작곡과 프로듀싱 등 뮤지션으로 가져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연기, 개그, 예능감 등을 공유해야만 스타가 될 수 있는 대중문화 산업 구조는 분명히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연기할 애들은 애당초 연기로 보내고, 노래할 애들은 노래에 집중하게 하는 이전 관행을 비효율적이라고 몰아붙이지 않아도 좋을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현 / 대중음악 평론가 hyeon.epi@gmail.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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