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日, 경영학 소설 ‘모시도라’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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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경영학 배우기에 푹 빠졌다. 정확히 말하면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의 경영학이다. 직장인뿐만 아니라 가정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드러커의 조직관리와 매니지먼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올 한 해 동안 일본에서 121만 권이 팔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모시도라’.
올 한 해 동안 일본에서 121만 권이 팔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모시도라’.
불을 지핀 것은 한 무명작가가 쓴 청춘소설이다. 책 제목부터 유별나다. ‘만약 고교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었다면….’ 만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시(もし)’와 드러커의 일본식 발음인 ‘도라(ドラ)’를 따 ‘모시도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저자인 이와사키 나쓰미(岩崎夏海)는 드러커의 역작으로 꼽히는 경영서 ‘매니지먼트’를 소설 속 여자 주인공 ‘미나미’의 눈으로 재구성했다. 고교 야구부 매니저를 맡게 된 미나미가 우연히 서점에서 집어든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에서 영감을 얻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드디어 만년 꼴찌 팀을 전국대회에 진출시킨다는 줄거리다. 조직관리자라는 뜻의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야구에서 감독을 의미하지만 일본 고교 야구부에서는 빨래 등 허드렛일을 하는 ‘보조원’에 지나지 않는다.

보조원에 불과한 미나미가 ‘매니저’로서 ‘리더의 자질’과 ‘혁신’에 대해 자문자답한 결과를 야구부에 하나씩 적용하며 조직을 바꿔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마치 경영학 이론서 속의 딱딱한 경영 용어가 영상처럼 그려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모시도라 열풍은 일본의 인기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명성도 무색하게 했다. 서적이나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오리콘 차트에 따르면 모시도라는 121만 권이 팔려, 무라카미가 올해 내놓은 1Q84 3권(85만 부, 3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전자서적으로도 발간돼 아이패드와 아이폰으로 책을 내려받은 건수도 9만 회에 이른다.

모시도라는 직장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중고교생에게도 고루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의 최고 히트상품과 유행어 후보로도 각각 올랐을 정도다. 이 책을 편집 담당한 다이아몬드 출판사의 가토 사다아키(加藤貞顯) 씨는 “비즈니스 관련 서적은 많이 팔려도 수십만 부가 한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출판업계에서는 모시도라의 인기 비결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일각에서는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맛보기 정도로만 간략하게 다룬 이 책의 성공은 마케팅의 승리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인기 스포츠인 야구와 일본 내에서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드러커의 경영학 이론을 소설 형식으로 알기 쉽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책 표지와 책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만화 삽화도 책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주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모시도라의 인기 비결은 일본이 처한 사회학적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일본의 가족, 회사, 지역 등 다양한 조직 단위에서 갈수록 소원해지는 조직원 간의 연대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침체된 국가,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조직관리자, 명확한 리더십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에 대한 갈망이 드러커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모시도라는 내년 3월경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될 예정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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