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연평도…“꽝 소리에 섬 흔들려…집도 산도 불바다”

  • 동아일보

긴급대피 연평도 주민들 ‘패닉’… 中외교부 “당사자 냉정 유지를”

CCTV에 잡힌 불타는 민가 23일 오후 북한이 포탄 수십 발을 발사한 직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에 잡힌 마을 모습. 포탄이 민가에 떨어진 듯 마을 한가운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CCTV에 잡힌 불타는 민가 23일 오후 북한이 포탄 수십 발을 발사한 직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에 잡힌 마을 모습. 포탄이 민가에 떨어진 듯 마을 한가운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23일 오후 북한 기습적인 해안포 포격으로 인천 옹진군 연평도 마을과 군부대 주변은 포탄 피해로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산불이 발생하는 등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는 긴장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민들은 “주택과 야산이 포탄 피격으로 화염에 휩싸이는 등 마을이 아수라장이 됐다”며 “포성이 잇따르자 대부분 신속하게 방공호로 대피했다”고 긴급한 대피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은 휴전 이후 최악의 남북 대치 상황에 모두 겁에 질린 표정이었으며 “북한이 아무런 경고도 없이 군부대는 물론 민간인이 살고 있는 마을을 향해 포탄을 발사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 주민자치위원장을 지낸 최율 씨(53)는 “이날 오후 2시 40분경부터 포탄 50여 발이 마을과 야산 곳곳에 떨어지면서 섬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며 “주택 10여 채와 야산 등에서 불이 나고 전기와 통신이 끊겼다”고 말했다. 최 씨는 “포성은 10여 분 동안 계속됐으며 우리 군의 긴급 대피령에 따라 주민들은 대부분 집에서 가까운 방공호로 대피했지만 모두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최 씨는 “갑자기 발생한 상황이어서 화재 진압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집에서 빠져나오는 데 급급했다”며 “탈출하면서 뒤돌아보니 마을 전체가 검은 연기에 휩싸이는 등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포격이 계속되고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자 연평도 면사무소는 주민들에게 방공호로 대피하도록 안내방송을 했다. 주민들은 또 안전한 장소를 찾아 학교와 선착장 등으로 대피했으나 선착장에도 포탄이 떨어지기도 했다.

통신시설이 파괴된 탓인지 유선전화는 물론 휴대전화도 대부분 불통이었다고 전했다. 또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일부 주민은 어둠 속에서 걱정에 떨어야 했다.

또 연평도 10여 곳에서 포격으로 인한 산불이 발생해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으나 소방차가 출동할 수 없거나 소방차 부족으로 산불을 제때 끄지 못했다.

다른 주민 박재복 씨(38)는 “오후 3시경에도 포탄 20여 발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는데 계속 교전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포탄을 맞아 반파된 채 불이 난 주택이 꽤 많아 보였고, 다치거나 숨진 주민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소식이 전해진 뒤 연평도에 살고 있는 가족들의 안위를 확인하려는 전화가 폭주하면서 한때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도 했다. 인천 해경 연평출장소 김운한 소장은 “주민들이 긴급하게 대피하는 바람에 가족의 안부를 몰라 더욱 답답한 상황”이라며 “주택은 물론 군부대에도 포탄이 떨어져 인명 피해가 상당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해경은 이날 오후 3시경부터 서해 연평도와 덕적도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87척을 남쪽으로 피항시켰으며, 오후 1시경 연안부두를 출발해 대청도로 운항하던 여객선 등 2척을 다시 연안부두로 돌려보냈다.

23일 오후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TV 뉴스 등을 통해 시시각각 전해지는 상황을 지켜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가족이 군 복무 중인 시민들은 이번 사태가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장남이 경기 연천에서 군 복무 중인 김모 씨(48·울산 남구)는 “연평도에서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 불안해서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안함 유가족들은 포탄 습격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고 최정환 중사의 매형인 이정국 씨(39)는 “분명 대한민국 영토를 향해 무력을 행사해 부상자가 발생했으니 국가가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에 대응하는 원칙이 있다면 그 원칙대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이념적 논쟁 없이 초당적으로 대처해 대한민국 안보가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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