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20, 30대 미혼-기혼 남녀 100명 ‘솔직 토크’

동아일보 입력 2010-07-24 03:00수정 2010-07-24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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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 30대 미혼 남녀와 기혼 남녀를 직접 만나 저출산 대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전 장관은 “결혼과 육아가 짐이 되지 않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취직 못했는데 결혼 꿈도 못꿔요”
“자리 없어질라 출산 엄두 안나요”
“남편 나몰라라 육아 한숨만 나요”


“전 골드(gold) 미스가 아니라 브론즈(bronze) 미스입니다. 결혼하고 싶지만 기혼여성은 입사할 때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이고운 씨·27)

“여자친구가 유학 중입니다. 학교 졸업하고 취업할 때까지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장관님, 결혼 좀 하게 도와주세요.”(성수훈 씨·35)

2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저출산 극복 국민초청 공개토론회-결혼, 출산, 육아 고민 함께 해결해요’가 열렸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20, 30대 미혼·기혼 남녀 100여 명을 만나 저출산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 토론회는 전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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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서는 결혼하고 싶어도 못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다는 20, 30대의 고민이 쏟아졌다. 이연진 씨(27·서울삼성병원)는 “눈이 높아서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며 “출산을 하고 돌아오면 내 자리가 있을까, 육아를 하면서 병원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경일 씨(26·인천대)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기조차 어려워 결혼하기가 겁이 난다”며 “취직도 안 되는데 집 한 채, 자동차 한 대 사고 아이 학원이라도 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장관은 20대 여성들에게 “아이 없이 직장 생활만 했을 경우 장관이 되든, 사장이 되든 후회를 하더라”며 “여성으로서 엄마가 안 되는 건 축복을 버리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20대 남성들에겐 “우리나라 맞벌이 남편들이 가사를 제일 적게 한다”며 “장가가려면 가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아내를 도와주라”고 당부했다. 이어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을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육아 정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따끔한 지적이 이어졌다. “보육료를 제외하면 남는 소득이 없다.”(손명희 씨·31) “엊그제 첫째 돌잔치를 치르고 왔다. 둘째를 키우고 싶지만 키워 줄 사람이 없다.”(조승희 씨·33) “병원에서 권하는 예방접종을 했더니 3회에 75만 원이 들었다.”(이지연 씨·39)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고 아빠의 육아 참여를 막는 기업 문화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도 높았다. 문향숙 씨(33)는 “남편이 오후 10, 11시는 양호하고 오전 2, 3시에 들어오기도 일쑤였다”며 “스트레스가 심해 남편과 밤새 싸운 적도 많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전업주부에 대해서 직장여성만큼 높이 평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육아휴직 후 승진, 보직 차별이 없도록 하고 입사할 때 결혼했거나 아이가 있으면 가점을 주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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