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 ‘구미호’ 한은정, 빨간 속옷 입는 까닭은?

동아일보 입력 2010-07-08 15:50수정 2010-07-1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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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을 주는 빨간색, 구미호의 상징이기도
● 구미호는 정통 사극으로 봐야 제 맛
● '공포형' 아닌 '휴머니즘형' 구미호 추구
KBS 2TV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열살배기 딸을 둔 구미호 구산댁으로 열연한 한은정(30). 양회성 기자
KBS2TV 새 월화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제작발표회 직후 동아일보를 찾은 배우 한은정(30)은 어느새 진빨강 미니드레스로 갈아입은 모습이었다. 제작발표회 때는 가슴부분이 망사로 처리된 하얀색 초미니 드레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던 그였다.

건강하게 그을린 까무잡잡한 피부는 흰색보다는 빨간 드레스와 더 절묘한 궁합을 자랑하는 듯 했다. 걸을 때마다 앞굽에 야광 조명이 들어오는 '지미추'의 신기한 킬힐까지 곁들이고 카메라 앞에서 팔색조처럼 다채로운 포즈를 짓는 그에겐 구미호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가 올 초 케이블방송 올리브TV의 '올리브 뉴스' MC로 활동하던 시절 입었던 도나 카란의 슬리브리스 레드 드레스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유난히 빨간 드레스가 어울린다는 칭찬에 그는 빨간색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 모성애 넘치는 2010년형 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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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열살배기 딸을 둔 구미호 구산댁으로 열연한 한은정(30). 양회성 기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 빨간색이에요. 예전엔 보라색을 좋아했는데 1년 전 만난 칼라 테라피스트가 제가 보라색 옷을 입으면 손해 볼 일이 많은 반면 빨간색을 입으면 힘도 솟고 일도 잘 풀린다더라고요. 그 때부터 입기 싫어도 속옷까지 빨간색을 챙겨 입어요.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구미호의 눈물을 상징하는 빨간색 저고리나 고름, 띠 등도 많이 선보이게 돼요."

5일 첫 방영된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그는 인간이 되려고 10년을 기다렸으나 뜻을 이루기 하루 전 남편이 비밀을 누설하는 바람에 평생을 구미호로 살아야 하는 구산댁으로 나온다. 여기까지만 보면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속세를 떠나는 과거 구미호 시리즈 플롯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구산댁이 반인반수인 열 살배기 딸 연이에게 베푸는 모성애가 주제다. 한은정은 이를 예전 구미호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았다.

- 모성애가 주제다보니 딸 역을 맡은 김유정(11) 양과의 호흡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제가 마음을 많이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처음에는 유정이와 어떻게 친해질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성숙한 편이라 대화가 잘 통해요. 아까 제작발표회 때 단상에서도 귓속말로 '엄마, 멍 때리고 있으면 안돼요. 다 사진 찍고 있단 말이에요'라고 하더라고요. 애가 참 '촉'(감각, 센스)도 빠르고…. 워낙 예쁘게 구니까 어느 순간엔 정말 얘가 내 친딸인가 싶어졌어요."

- 과거와는 다른 구미호를 선보이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가요.
"지금까지는 단편으로 제작된 구미호 작품이 많았죠. 이번엔 미니시리즈인데다 휴머니즘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되요. 약간 귀띔을 해드리면 딸 연이가 언젠가 죽게 되고요, 저는 딸의 복수를 하려고 애쓰게 돼요. 그 과정에서 복수 대상에 딸이 빙의돼 있는 것을 알게 돼 갈등하게 되고요. 구미호가 날아다니고 무덤파고 하는 전형적인 장면들도 들어가긴 하지만 이런 건 잠깐씩 볼거리로만 등장하는 거예요. 더 이상은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 지난해 방영된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로 출연한 전혜빈 씨는 "여배우들 사이에 구미호를 맡으면 뜬다"는 속설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실제로 한혜숙 장미희 송윤아 고소영 김태희 등 쟁쟁한 미녀들이 구미호로 열연한 바 있고요. 선배 구미호도 벤치마킹했나요.
"과거 작품들을 다 모니터하긴 했어요. 하지만 소재만 같을 뿐이지 내용은 완전히 달라서 과거작들을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감독님도 첫 미팅 때부터 '기존 구미호를 잊으라'고 조언하셨어요. 저도 화제가 되고 싶어서라기보다 감정 표현이 쉽지 않은 난이도 높은 작품이라 도전하고 싶었고요."

다음달부터는 이승기, 신민아 주연의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도 방영된다. 같은 요일에 방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재가 같아 벌써부터 신민아와 그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 '2010년형 양대 구미호'로 두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 부담스럽지는 않나요.
"안 그래도 그 드라마의 초반 촬영 장소가 저희와 비슷한지 저희가 촬영했던 곳을 따라다니며 찍으시는 형국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서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인데 사극과 현대물로 각기 장르가 달라 다행이죠. 저희 작가들은 그래도 구미호는 전통 사극 쪽이 제 맛이니 저희 쪽이 흥행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하고 ‘의쌰 의쌰’하는 분위기고요. 외형상 어떤 배우가 더 구미호와 닮았는가하는 것보다 대본 안에서 누가 더 충실하고, 어떤 작품이 더 완성도 있게 만들어지는가가 관건이겠죠."

그는 제작발표회 때 선보였던 예고편에 대한 취재진의 생각에도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배우가 기자에게 질문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영상미도 화려하고, 내용도 독특해 좋다"고 답하자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희 감독님이 많이 자신 있어 하세요. 타방송사 사극(MBC '동이')의 고정 팬들이 워낙 많긴 한데…. 그 쪽 팬들까지 끌어 오는게 저희 제작진의 목표예요."
사진 제공 KBSi

▶ 찍기 힘든 만큼 애착도 많이 가는 사극

인간이 되려고 나뭇꾼 남편과 살며 10년을 기다린 구미호. 하지만 뜻을 이루기 하루 전 남편이 비밀을 누설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KBSi
'구미호'는 사극 세트장이 있는 단양, 제천, 용인 등 지방 여러 도시에서 촬영된다. 다양한 세트장을 돌면서 겪는 에피소드는 없을까.

"음…. 촬영할 때마다 늘 배고픔에 시달린다는 것? 깊은 산 속에서 촬영을 하다보면 새벽 5시 반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오후 2시쯤 평지로 내려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못 먹거든요. 이제 한달 정도 촬영했는데 벌써 몸무게가 2㎏ 빠졌어요."

한은정은 드라마 '풀하우스' '서울 1945' '신데렐라 맨'과 영화 '신기전' 등을 통해 시트콤, 현대극, 시대극, 사극을 두루 경험했다. 그 가운데서도 찍기가 고생스러운 만큼 보람도 큰 사극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현대물도 물론 재미있죠. 하지만 테이블에 앉아 밥 먹고 대화하는 일상적인 연기는 너무 흔하잖아요. 사극은 한 신 한 신 마다 정성이 많이 필요해요. 첫 회에 등장한 호랑이와의 싸움 장면은 이번 드라마의 첫 촬영 장면이었는데 영화 촬영에서처럼 따로 콘티가 나왔더라고요. 이 신 하나를 위해 3일 동안 200커트를 찍었어요."

그는 가장 고생스러운 일로 구미호 분장 과정을 꼽았다. 실리콘으로 얼굴에 맞는 마스크를 제작하고 실리콘에 색상을 입히고 귀와 손가락에 털까지 붙이려면 꼬박 2시간 반이 걸린다.

"분장팀 스태프들 말씀이 지금까지 이렇게 분장에 공을 들인 구미호는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특수 렌즈 끼기도 많이 힘들어요. 컴퓨터그래픽으로만 눈 색깔을 달리 처리하면 티가 난다고 할리우드에서 공수한 컬러 렌즈를 끼고 있는데 그 두께가 도화지 수준이라 눈이 금세 뻑뻑해져요."

그가 구미호 역에 캐스팅된 비결 중 하나로 그의 섹시한 이미지를 꼽는 이들도 많다. 드라마 방영 전 장미꽃 목욕신(실제로는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있을 뿐 목과 어깨 일부만 노출되는 무난한 장면이었다)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를 오르내린 것도 대중이 배우 한은정에게 거는 '기대' 때문이었다. 인간을 홀릴 정도로 아름답고 섹시한 구미호에 한은정은 그만큼 잘 어울릴만한 배우로 꼽혔다. 드라마 속에서도 그의 섹시함이 많이 부각되지 않을까.

"저는 옷차림이나 화장처럼 비주얼적인 요소로 섹시함을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껏 촬영하면서도 한 번도 예뻐 보이려고 애쓰지 않았고요. 헝클어진 머리에 물에 젖어 초라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게 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은근한 섹시미를 발휘했으면 좋겠어요."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구산댁이 반인반수인 열 살배기 딸 연이에게 베푸는 모성애가 주제다. 사진제공 KBSi

▶ 2010년, 연기 변신의 원년 됐으면

실리콘으로 만든 구미호 마스크를 쓰고, 귀와 손가락에 털까지 붙이려면 꼬박 2시간 반이 걸린다. 사진제공 KBSi
1999년 MBC드라마 '사랑을 위하여'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그는 데뷔 이후 거의 쉬지 않고 여러 작품에 출연해 왔다. 그 동안의 출연작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KBS 1TV의 '서울 1945'(2006년). 그는 총 71부작으로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해경 역할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그가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촬영하다보니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한 마디로 '개고생'을…. 하하. 이번 작품도 고생을 많이 하는 만큼 제 연기 생활의 전환점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해 봄 출연한 MBC '신데렐라 맨' 이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그는 쉬는 동안 연기자로서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활동을 좀 더 빨리 재개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뭔가에 쫓기듯 출연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엔 들어오는 대로 일하기에 급급했거든요. 그러다보니 제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연기도 확실히 미성숙한 부분이 있었고요. 계속 이렇게 하다가는 발전이 없겠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히 준비한 후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오랫동안 벼른 뒤 출연했다는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그의 연기력은 다행히 합격점을 받고 있다. 1, 2회가 방영된 후 많은 시청자들이 드라마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한은정의 연기력에 호의적인 피드백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 '여우를 많이 닮았다' '한복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었다.



속 깊은 얘기까지 쉽게 털어놓는 그는 화면 속 이미지와 달리 무척 털털했다. 30대에 접어드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몸짱' 이미지가 강한 그에게 거는 대중의 기대 때문에라도 몸 관리 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피부나 몸매 관리가 저절로 됐던 것 같은데 요즘은 살 빼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들고 피부 재생 속도도 확실히 느려진 것 같아요. 몸매 관리는 헬스클럽에서보다 조깅, 등산 등으로 많이 하는 편이예요. 요즘도 한강시민공원 주변을 달리고 청계산에도 올라요. 자연 속에서 운동을 하면 생각이 잘 정리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피부 관리 비결로는 주저 없이 '팩을 달고 사는 것'을 꼽았다. 꾸준한 관리 덕에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평가도 받는다는 것. "사실 데뷔 무렵에는 성숙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20대 중반으로도 봐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또 다른 몸매 관리 노하우는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아무렇게나 드러눕지 않는 것. 이렇게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유지하면 자세 교정이나 주름 방지 등에 두루두루 효과가 있다.
'태생'이 남다르다는 듯 '그저 물을 마시고 잠을 많이 잔다'고 말하는 얄미운 여배우들보다는 확실히 솔직한 답변이었다.

그가 새 드라마를 설명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모성애였다. 작품 속에서 처음으로 엄마 역할을 맡게 된 만큼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지 않았을까.

"제가 아직 철이 없나 봐요. 결혼은 정말 먼 얘기 같아요. 올해를 제 연기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은 만큼 일단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이상형은 자꾸 바뀌긴 하지만 착하고 많이 배려해주고, 의젓한 사람이 좋아요. 사실 나이가 드니까 오히려 외모나 성격은 더 따지게 되는 것도 같네요. 하하."

그는 "따뜻한 모정과 서늘한 공포를 동시에 보여줄 색다른 구미호를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핫'한 외모 속에 '쿨'한 성격을 간직한 그가 연기할 구미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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