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미소녀? 미소년? 性 바뀌는 日아이돌

동아일보 입력 2010-07-05 15:00수정 2010-07-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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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 컨셉트의 나카노후죠 시스터즈 공연 모습. 사진출처=나카노후죠 시스터즈 공식 홈페이지

미소년 같은데 미소녀 같기도 하고…. 이들의 성(性) 정체는 과연 어느 쪽일까?

일본에서 남장과 여장을 번갈아가며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나카노후죠 시스터즈'(中野腐女シスタ-ズ)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그룹은 원래 미소녀 7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하지만 '후단쥬쿠'(腐男塾)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남장을 한 미소년 컨셉트 그룹 활동도 병행한다.

흥미로운 점은 '나카노후죠 시스터즈'와 '후단쥬쿠'의 멤버가 똑같은 미소녀들이지만 서로 다른 것처럼 활동한다는 것. '후단쥬쿠' 활동을 할 땐 각 멤버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남자 이름으로 바꿔 나온다.

후단쥬쿠

이름만 바꾸는 게 아니다. '나카노후죠 시스터즈'로 나올 때는 일본 여자 아이돌 특유의 애교 섞인 하이톤 말투와 간드러진 행동을 선보인다. 하지만 '후단쥬쿠'로 등장할 땐 180도 바뀌어 남자(남자라기보다는 미소년에 가깝다)처럼 목소리를 깔며 터프한 매력을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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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스타일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미소녀와 넥타이를 맨 남장 모습이 확연히 구분된다. '후단쥬쿠'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들이 '나카노후죠 시스터즈'의 남장 버전이 아니라 원래부터 남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나카노후죠 시스터즈'는 2006년 일본 인터넷 방송을 통해 데뷔했다. 고만고만한 미소녀 아이돌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들이 선택한 차별화 마케팅은 남장이었다. 출연 프로그램에서 남학생으로 남장을 한 콩트가 호응을 얻자 아예 남장 미소년 컨셉트 그룹 활동을 병행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성공했다. 후단쥬쿠가 지난달 23일 발매한 싱글 '무테키 나츠야스미'(無敵!夏休み)는 지난주 오리콘 싱글 주간차트 6위에 올랐다.

미소녀 그룹 '나카노후죠 시스터즈'는 남성 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면 남장 미소년 그룹 '후단쥬쿠'는 여학생들을 팬으로 끌어들인다. 여학교에서 여학생들이 예쁘장하면서도 미소년 같은 또래 친구에게 관심을 갖는 것과 같은 심리다.

홈페이지도 미소녀 '나카노후죠 시스터즈'와 남장 미소년 '후단쥬쿠' 메뉴가 나란히 배치돼 팬들이 취향대로 선택해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홈페이지에 나온 멤버들의 사진만 봐도 스커트를 살짝 올린 채 환하게 웃는 미소녀와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미소년의 특징이 각기 돋보인다.

미소녀와 미소년 컨셉트를 번갈아가며 활동하는 일본 아이돌 그룹 '나카노후죠 시스터즈'(왼쪽)와 '후단쥬쿠'. 멤버들은 모두 소녀들로 똑같지만 여장과 남장 여부에 따라 성과 이름, 그룹 명칭을 바꿔가며 활동한다. (사진출처=나카노후죠 시스터즈 공식 홈페이지)

성이 바뀌는 이 같은 컨셉트는 다른 일본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일본 전통극 가부키는 남자 배우만 출연하는 규정 때문에 예쁘장한 남성이 여자처럼 교태를 부리는 연기를 선보인다. 반면 일본 가극 다카라즈카는 여자 배우만 출연할 수 있어서 여성이 남장을 하고 남자처럼 연기하는 것이 포인트다.

또 일본에선 여장을 한 오카마 엔카 가수 미카와 켄이치가 오랫동안 인기 가수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NHK 연말 가요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단골로 출연하며 매번 엽기적인 무대 의상과 연출을 선보여 왔다.

일본의 젊은 가수들도 여장 컨셉트를 애용한다. 인기 아이돌그룹 SMAP의 멤버 카토리 싱고는 여장 가수 '싱고마마'로 활동하며 음반을 발매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개그맨 카나다 사토시가 여장을 하고 남자 앞에서 여성들이 마음껏 방귀를 뀔 권리를 주장하는 코믹한 노래 '오나라 하즈카시쿠나이요'(Onaraはずかしくないよ)를 발표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가요계뿐만이 아니다. 일본 만화에도 이처럼 성이 바뀌거나 동성애적 코드가 담긴 것들이 상당히 많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모았던 '란마 1/2'이 대표적 사례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몸에 차가운 물이 닿으면 여자가 되고 뜨거운 물이 닿으면 다시 남자로 돌아온다.

'야오이'라 불리는 동성애 만화 장르도 성별 구분과 영역을 깨뜨리는 일본 문화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이 같은 문화적 맥락과 분위기 때문에 일본에선 미소녀 아이돌 그룹이 남장을 하고 음반을 낼 때마다 성(性)을 바꿔가는 활동이 '별난' 마케팅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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