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 굿 샷!…허정무는 ‘필드의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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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일 07시 00분


■ 역대 월드컵독 4인의 골프스타일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진행형이지만 우리의 월드컵은 29일 선수단의 귀국과 함께 끝났다. 그동안 엄청난 긴장과 승리에 대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던 허정무 감독은 당분간 축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잊고 싶을 것이다. 이때 기분전환과 휴식에 좋은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휴가 때마다 골프장을 찾아 머리를 식히고 스트레스를 풀어 화제가 됐다.

과연 우리 축구 대표팀 감독의 골프 실력과 필드에서의 모습은 어떨까? 1990년 이회택, 1998년 차범근, 2002년 히딩크 등 역대 월드컵 감독과 16강 진출을 이뤄낸 2010년 허정무 감독의 골프생활을 탐구해봤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외유내강 승부사

● 허정무(2010년 남아공 월드컵)=프레드 커플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낸 허정무 감독은 ‘필드의 신사’ 프레드 커플스와 흡사하다.

월드컵 내내 벤치에서도 깔끔한 정장차림으로 앉아 있는 모습은 그의 평소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패한 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에선 아버지와 같은 푸근함까지 엿보였다.

허 감독의 굿 매너는 골프장에서 유명하다. 인터넷 캐디카페에는 허 감독의 골프에 대해 ‘매너짱!’이라는 칭찬일색이다.

선한 표정에서는 카리스마를 찾을 수 없지만 일단 경기를 시작하면 승부사로 돌변한다. 한마디로 외유내강형이다. PGA 투어 최고의 매너남 커플스가 인자한 표정과 달리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것과 흡사하다.

허 감독은 스윙만 보면 주말골퍼 같지만 성적은 70∼80대로 수준급이다. 게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입담까지 겸비했다. 심리전에 강하다.
“지는건 용납 못해”…타고난 싸움닭

● 거스 히딩크(2002년 한일 월드컵)=그렉 노먼

거스 히딩크 감독(사진)의 골프스타일은 ‘백상어’ 그렉 노먼을 연상시킨다.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이 먹잇감을 발견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을 보조했던 박항서 코치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은 ‘필드의 싸움닭’이다. 승부욕이 정말 대단하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모습은 내기를 할 때 더욱 강해진다. 평소엔 안정된 스윙으로 차분하게 플레이하다가도 내기를 시작하면 매우 치밀한 전략가로 돌변한다.

히딩크와 노먼은 연애 스타일도 닮았다. 어디를 가더라도 애인과 동행하기를 원하고 공식석상에도 스스럼없이 함께 나타난다. 히딩크 감독의 골프실력은 80대 초중반으로 퍼트과 어프로치가 좋다.
신중한 코스공략…정교한 기교파

● 차범근(1998년 프랑스 월드컵)=필 미켈슨

남아공월드컵에서 해설자로 변신한 차범근 SBS해설위원(사진)은 평소에도 침착하고 신중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필드에서도 다르지 않다. 그린까지 정확하게 거리를 체크하고 지형지물의 위치를 꼼꼼하게 파악한 뒤 클럽을 선택한다.

침착하고 신중한 차 위원의 플레이는 왼손의 제왕 필 미켈슨과 흡사하다. 미켈슨은 공격과 수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골퍼다. 모험보다는 신중하게 코스를 공략해가는 스타일이다.

가정적인 모습도 둘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차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아내 오은미 씨와 동행해 애처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차 위원의 골프실력은 평균 80대다.
나이를 잊은 장타…괴력의 사나이

● 이회택(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톰 왓슨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지휘봉을 잡았던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사진)은 환갑을 넘기고도 장타자 소리를 듣는다.

200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아들 뻘 선수들과 우승경쟁을 펼쳤던 베테랑 톰 왓슨과 닮았다.

톰 왓슨은 골프에 대한 시각을 바꿔 놓은 인물이다. 나이가 들면 거리가 줄어든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200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젊은 선수들과 대등한 장타실력을 뽐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드라이버 샷이 270야드를 넘나든다. 2004년 축구인 친선 골프대회에서 290야드를 날려 롱기스트 상을 받았다. 실력도 뛰어나 어지간한 골퍼와 맞대결해서 결코 지는 법이 없다. 핸디캡은 0에 가깝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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