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 국제심포지엄]<2부>한중일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위한 언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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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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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창간 90주년-일민 탄생 100주년

“自國 이해관계 뛰어넘어 냉정한 시각으로 보자”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일민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 2부에서 참석자들이 ‘한중일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항 동아일보 2020위원회 부국장, 왕팡 런민일보 국제부 부주임,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실장(사회), 후지와라 히데히토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후지핑 CICIR 원장실 주임. 박영대 기자
‘동아일보 창간 90주년, 일민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 2부에서 참석자들이 ‘한중일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항 동아일보 2020위원회 부국장, 왕팡 런민일보 국제부 부주임,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실장(사회), 후지와라 히데히토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후지핑 CICIR 원장실 주임. 박영대 기자

[한중일 협력과 언론 - 이수항]
‘김연아 사이버전쟁’ 부정확한 보도로 한일간 신뢰 깨뜨려


동북아시대를 맞아 한중일 3개국의 협력과 신뢰 구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언론이 한중일 협력을 위해 나선 사례로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와 관련한 일본 아사히신문의 역할을 들 수 있다. 한일 양국이 서로 독자적인 월드컵 개최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던 1995년 아사히신문 와카미야 요시부미 당시 논설위원은 두 차례의 사설을 통해 한일 공동 개최를 처음 제안했고 결국 이것이 밑거름이 돼서 공동 개최가 성사됐다.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은 ‘2002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에 따른 지면 공동제작 및 문화 스포츠 인적교류사업을 펼쳤다. 앞서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은 1990년 ‘21세기의 한일관계’ 심포지엄을 공동 주최했고 동아일보와 중국 런민일보는 1994년 ‘공자사상과 21세기’ 국제학술대회를, 동아일보 아사히신문 런민일보는 1995년 ‘21세기 동북아시아’ 국제심포지엄을, 동아일보와 런민일보는 1996년 ‘동양사상과 사회발전’ 국제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하며 동아시아 공동번영을 모색했다.

한중일의 협력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보도와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다. 지난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에 대해 일본의 한 인터넷 매체는 ‘경기할 때 귀걸이를 다는 것은 올림픽 규정 위반이다’라고 보도했고 유명 게시판에는 ‘심판을 매수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본 한국 누리꾼들은 일본을 극렬하게 비난하는 ‘사이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부정확한 보도가 양국의 신뢰를 깬 사례다.

언론은 또 한중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의제를 적극 개발하고 이를 공론화해야 한다. 한중일이 자형(字形)을 통일한 표준 한자를 정하거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 적절한 의제가 될 수 있다. 한중일 언론이 공동 주최하는 심포지엄이나 국제학술대회를 정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내셔널리즘과 언론 - 와카미야 요시부미]
한중일 언론인들, 진정한 파트너 삼아 설득력 있는 조언을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는 정권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가지고 있는 동아일보, 아사히신문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이들 신문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근대화에 큰 영향을 미쳤고 동아일보는 식민지시대에 민족의식 고양에 힘썼다. 런민일보는 개혁개방 시기에 중국을 변화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신문이 좋은 일만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이 제국주의의 길을 걸을 때 협조를 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일제 통치에 저항했지만 마음에 없는 편집을 해야 했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런민일보는 문화대혁명 때 과격한 이데올로기 선전의 장이 되기도 했다. 신문은 국민감정과 국가 간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느 정도 민족주의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여러 곳에 지사를 운영하고 정보를 종합 취재하는 글로벌 언론사는 자국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국가 간 이해갈등을 냉정하고 공정하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아사히신문은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경쟁하면 아사다를 응원하지만 김연아가 이기면 그를 칭찬하는 기사를 쓰기도 한다. 한국도 아사다가 잘했다는 기사를 쓰기도 한다. 이렇게 신문은 상대방을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3국 신문의 상호 협력을 위해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자국에 대한 맹목적 애정을 버려야 하다. 자국에 대해 맹목적 사랑과 관심을 가지면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둘째, 이웃 국가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비판 대신 충고가 필요하다. 비판이 가득 찬 기사는 독자는 잘 썼다고 박수를 쳐줄지 모르지만 비판을 받은 쪽은 수긍하지 않을 수 있다. 비판 대신 설득력이 있는 조언을 해야 한다.

셋째,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아사히신문과 동아일보는 2002년 월드컵 때 긴밀하게 협조해 공동 지면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3국 신문은 제작협력과 인력교류의 기회를 넓혀 나가야 한다.
[우호적 환경 함께 만들자 - 왕팡]
‘求同存異’ 원칙으로 소통과 교류 늘려야… 뉴미디어도 협력을


언론은 중한일 우호관계 형성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그런 만큼 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 3국 언론은 상호 관심의 폭을 넓혀 왔다. 그러나 부인하지 못할 현실은 3국의 언론 문화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의견이 다른 것은 잠시 보류하고 공통점을 추구한다(求同存異)’는 원칙 아래 대화를 통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한일 3국 언론이 동아시아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4가지 분야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

우선 협력 통로를 확대하고 교류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3국 언론 간 소통의 기회를 늘리고, 인적 교류를 강화하며, 훈련 시스템을 구축하면 상호 신뢰가 깊어질 수 있다.

둘째,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는 공동 토론과 공동 보도를 정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3국 간 민간 교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국민감정의 갈등이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언론은 3국 국민 간 이해를 늘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공동보도 체제를 잘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언론인들은 상대 국가를 방문해 차를 몰고 1개월 정도 여행하며 취재를 해서 이를 보도하고 있다. 언론인 교류뿐만 아니라 독자 교류도 넓혀야 한다.

셋째, 3국 언론은 각자의 장점과 뉴스 소스를 충분히 이용해 다양한 협력 모델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원고와 동영상을 교환할 수 있고 정보 교류를 통해 뉴스 소스를 같이 나눌 수도 있다. 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통해 공동으로 정보를 개발해 독자의 정보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수년간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대중의 정보 소비 방식도 바뀌고 있다. 블로그 트위터 같은 신흥 매체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런민일보는 지난해 24면으로 증면했고 인터넷 융합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영 신화통신, 중앙TV(CCTV)도 새로운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3국 언론은 뉴미디어 분야에서 기회를 놓치지 말고 기선을 잡아야 한다.
[2부 토론]

○후지와라 히데히토

애도엔 국경 없듯이 상호 배려와 애정을

한중일 3개국은 과거 역사를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다. 언론도 현재만을 논의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한중일의 언론은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주장이 부딪치기도 하는데 한자리에 모여 논의하면서 이견을 좁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중일은 상호 이해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있어야 한다. 서울시청 앞에 있는 천안함 사건의 희생자 분향소를 봤는데 추모의 뜻을 갖게 됐고, 이것은 중국 쓰촨 성에서 지진이 나면 애도를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애도의 뜻을 가지는 것은 국경과 관련이 없다.

한중일 언론은 국가를 벗어나 존재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좀 더 미래지향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독도에 대한 얘기도 마찬가지다. 한중일 언론이 좀 더 상대방을 이해해 진취적인 방향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동아일보가 창간 때부터 민족주의, 민주주의, 문화주의를 주창하며 국민을 이끌어 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후지핑

中日 역사문제 갈등, 언론에도 책임 있어

20세기 초 동아시아는 침략과 식민 통치가 이뤄지는 분열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동아시아가 협력을 통해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한중일 언론은 국민들의 인식, 지리, 생활 방식,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등 차이를 조명해 한중일이 상호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한중일 언론은 이 과정에서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족주의적 보도는 자국에서 호응을 얻을 수는 있지만 결국 국가 간 협력과 신뢰 구축을 어렵게 만든다. 언론은 포괄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상대 국가의 일부분, 국소적인 내용만 보도하는 것은 문제다. 1990년대 후반 여러 가지 역사 문제 때문에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었는데 이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중국 언론들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롯한 일본의 일부 우익세력을 집중 보도했고 반면 일본 언론들은 중국의 전국인민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의 군비 증강에만 초점을 맞췄다. 한중일 언론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상호 보도가 한중일의 협력과 신뢰 구축을 위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김은미

매체 늘어날수록 신문 영향력 커져

국가 간 교류를 할 때는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제도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각 나라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다른 나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중요하다. 이러한 일반인들의 의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언론이다.

언론은 독자들에게 특정 의견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길러준다. 취재 소스가 다양할 때 좋은 기사가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아시아 3국 언론인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은 기사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최근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 등 디지털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전통 언론의 위상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뉴스가 확산되는 양상을 분석해 보면 매체가 늘어나고 일상 속에서 시민들이 매체를 접하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전통 언론의 영향력은 더 커짐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 블로거가 쓴 소식이라도 전통 언론매체가 이를 재매개해 기사화했을 때 확산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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