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할 ‘디지털 開眼’ 선물… 제가 할 일”

동아일보 입력 2010-04-20 03:00수정 2010-04-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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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송오용 씨, 컴퓨터 화면 읽어주는 프로그램 개발로 ‘올해의 장애인상’
1급 시각장애인인 송오용 엑스비전 테크놀로지 대표가 컴퓨터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 ‘센스리더’를 이용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컴퓨터는 시각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통로입니다. 제 프로그램이 많은 시각장애인에게 ‘디지털 개안(開眼)’을 선사했으면 합니다.”

송오용 엑스비전 테크놀로지 대표(38)는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쓸 수 있도록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송 대표가 2003년 9월 출시한 ‘센스리더’는 시각장애인에게 윈도오피스, 아래아한글 프로그램 등의 컴퓨터 화면을 읽어주는 프로그램. 이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시각장애인의 호응이 좋다. 그는 시각장애인용 게임인 센스게임을 발표했고, 시각장애인 전용 문서인 브레일노트도 한글화했다. 이 공로로 송 대표는 20일 제30회 ‘장애인의 날’에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은천동의 엑스비전 테크놀로지 사무실. 전체 직원 12명 가운데 송 대표를 포함해 8명이 시각장애인이다. 시각장애 1급인 송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자신이 개발한 스마트폰 음성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가능했다.

충북 청주의 시골 마을에서 자란 송 대표는 아홉 살 때 그네를 타다 떨어졌다. 눈을 떠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형편이 어려웠던 그의 부모는 송 대표를 큰 병원에 데리고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듬해 서울성모병원에서 무료 개안수술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망막이 떨어져 나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치료 시기를 놓친 것이다. 송 대표는 “처음으로 사회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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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맹학교로 진학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좌절이 커졌다. 기숙사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던 송 대표를 한달음에 뛰쳐나오게 한 소식이 있었다. 학교에 모니터를 읽어주는 기능이 있는 애플 컴퓨터가 들어온 것이다. 송 대표는 “바로 내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래밍 독학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점자로 된 전공서적이 거의 없었다. 학교 선배나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따라다니며 강의를 듣고 외웠다. 책을 컴퓨터 파일로 구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5년여간 수시로 밤을 새우며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렸고 안마사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2002년 개발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서울맹학교 동문 4명과 함께 자본금 1000만 원을 모아 회사를 설립했다. 2003년 ‘센스 리더’를 출시했으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국내 업체가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 전체에 특허를 걸어놓은 것을 뒤늦게 안 것.

“공들여 개발한 프로그램을 못 쓰게 될까봐 마음 졸였습니다. 장애인단체 등의 도움으로 3년간의 소송에서 다행히 이겼습니다.”

현재 엑스비전의 연매출은 8억 원에 이른다.

그는 “최근 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최영 씨가 ‘센스 리더’로 공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며 “제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계속하거나 직장을 구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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