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서울대와 고려대, KAIST 등 3개 대학을 이공계열을 중심으로 유치하려는 정부의 방안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내세운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와 맥이 닿는다. 정부는 브랜드 파워를 갖춘 이 3개 대학을 입주시키면 충청권 주민 등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학문 분야에 집중 투자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도 설득력을 더할 수 있다.
○ 서울대, 왜 세종시를 택할까
이장무 서울대 총장을 비롯한 서울대 본부는 세종시에 제2캠퍼스를 짓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학본부와 공대, 경영대, 서울대병원 등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보직교수는 “여기저기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 해결책은 융합과 통섭 분야인데 교수들마다 생각이 달라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대 내부에서는 경영대 공대를 중심으로 지난 10년 동안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면서 줄어든 학부 및 석·박사 정원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학교를 새로 지으면 교수 인력 등 새로운 일자리도 생긴다.
관악캠퍼스가 포화 상태에 이르러 추가 용지가 필요한 것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대는 경기 시흥시 등에 제2캠퍼스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일부에서는 서울대 법인화에 따른 반대급부로 정부에 세종시 제2캠퍼스를 제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관악캠퍼스의 기존 학과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울대 발전을 위해서는 신학문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도 있다.
엄상현 교육과학기술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기존 교수에게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하면 아무도 가지 않는다. 반발이 심하다. 연세대의 송도캠퍼스도 그랬다”면서도 “대학에서도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신설 대학이 세워져야 오히려 건전해진다”고 말했다.
○ 정부, 왜 서울대 세종캠퍼스 요구하나
정부가 세종시로 이전 또는 확장을 설득할 수 있는 대학은 일차적으로 국립대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학의 운영비를 대고 있고 이전·확장에 드는 비용까지 투자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대 중 가장 상징성이 큰 서울대로 좁혀지는 것은 일면 당연하다.
서울대의 세종시 입주는 일류대학을 지방에 개설해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명분도 챙길 수 있다. 1980년대 시행된 각 대학 지방캠퍼스 신설 유도 정책에서 서울대가 빠졌지만 이번에 서울대를 중심으로 고려대, KAIST 등을 묶어 세종시에 유치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공계 융합학문을 중심으로 서울대가 세종시에 둥지를 틀 경우 관련 기업들의 투자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부탁할 곳이 국립대인 서울대와 KAIST밖에 더 있겠느냐. 솔직히 서울대가 이전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서울대가 이전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교과부는 서울대의 세종시 캠퍼스 초안이 마련되면 실현할 수 있는 요구사항 등을 조율해 구체적인 예산을 짤 예정이다. 서울대가 아직 제2캠퍼스 초안을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 내에서 흘러나오는 ‘이공계(융합학문)+병원+알파(경영대 등)’의 형태가 될 경우 7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