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 기업들 힘 합치면 세계시장 더 넓힐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미국 디지털방송위원회가 지난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동 개발한 모바일 디지털TV 기술을 미국 표준으로 채택했다. 앞으로 한국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처럼 북미지역에서 휴대전화 노트북PC 등을 통해 모바일 디지털TV를 시청할 경우 삼성과 LG의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써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을 넓힌 쾌거다.

이 기술은 도심 산악 지하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시속 290km까지 내며 이동하더라도 화면이 끊어지지 않고 TV를 시청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당초 삼성과 LG는 미국 모바일 디지털TV 기술 표준을 따내기 위해 각각 경쟁하고 있었으나 두 회사 기술의 장점을 합치면 기술 표준을 따낼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고 공동 개발로 전략을 바꿔 성공을 거뒀다. 삼성과 LG는 세계 디지털TV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경쟁기업이다. 서로 배타적 관계에 놓이기 쉬운 두 회사가 적극적인 기술 협력을 통해 디지털TV에 이어 모바일 디지털TV 시장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선점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모바일 디지털TV 기기는 반드시 삼성과 LG의 수신칩을 사용하거나 두 회사 기술을 돈 주고 빌려서 만든 수신칩을 장착해야 한다. 삼성과 LG가 이 기술로 해마다 거둬들이는 기술 사용료(로열티)만 해도 1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에 비해 기술력이나 자본력이 뒤지는 우리 기업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열세를 극복하고 선진국 시장을 뚫은 성공적인 사례다.

TV 분야뿐 아니라 다른 상품과 산업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힘을 합쳐 노력하면 얼마든지 삼성과 LG에 못지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내년부터 본격 보급을 앞두고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전기자동차와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상호협력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쟁국보다 천연자원, 국토, 인구 면에서 현저히 열세다. 기술 수출액이 수입액의 절반이 안 될 정도로 기술 경쟁력도 낮다.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는 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남이 개발하지 못하는 원천 기술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국운이 달려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일시적 자금난이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시달리지 않고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으로 배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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