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사이버 침략에 뻥뻥 뚫리는 국군 인터넷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북한 사이버부대가 우리 군(軍) 인터넷 홈페이지 66곳에 침입해 군수(軍需)정책 등에 관한 각종 군사자료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북은 최근 중국에서 활동 중인 공작원을 통해 한국군이 사용 중인 암호장비와 같은 기종을 구입하려고 했다. 국방부가 국회에 낸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 3월엔 육군 3군사령부 인터넷망이 뚫려 700여 개 화학물질 제조업체 및 관련 기관과 연결된 정보 2000여 건이 유출됐다.

군 당국의 군사기밀 관리가 허술해 북한군의 끊임없는 사이버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양상이다. 북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사이버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 군은 번번이 허점을 드러내 국민은 불안하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의 군이 북의 사이버부대에 왜 이리도 무력(無力)한가. 대책은 없는가.

북은 1986년 인민무력부(국방부에 해당) 밑에 5년제 군사대학을 세워 컴퓨터 전문가를 매년 100명씩 배출했다. 이들 중 우수인력은 해킹부대 군관(장교)으로 임관돼 한국군 주요 부대와 주한미군, 방위산업체 등의 인터넷망에 침투하고 있다. 북이 치명적인 유해화학물질을 제조하는 업체와 기관의 정보를 빼내간 것은 유사시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쏘아 후방 교란작전을 벌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암호장비만 해도 저들이 우리 군의 암호 프로그램까지 손에 넣게 된다면 주요 군사기밀을 고스란히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오늘날의 전쟁은 정보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의 핵무기도 우리가 관련 정보를 꿰뚫고 있다면 보관 장소와 이동 과정을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먼저 타격할 수 있다. 그 반대로 손에 넣은 관련 정보가 없다면 불안이 더 커지고 실제로 재앙을 당할 우려도 있다.

정보전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이다. 각국은 적(敵)의 군사적 움직임과 작전내용, 각종 전략 등을 미리 알아내려고 애쓴다. 엄청난 국방예산을 들여 군사위성이나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레이더 같은 정보 탐지장비를 갖추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 7월엔 청와대와 국방부, 미국 백악관 등 25개 사이트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군 당국은 사이버사령부 창설 방침을 밝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구멍 뚫린 인터넷망을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정보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강력한 국가적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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