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보기자의 이 한수]무위로 끝난 백의 설욕전

  • 입력 2009년 10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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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리그 한게임 대 하이트진로 3국
○ 조훈현 9단 ● 이영구 7단
257수 끝 흑 불계승

○ 장면도=만나면 이상하게 안 풀리는 상대가 있다. 조훈현 9단에게 이영구 7단이 그런 상대. 지금까지 3연패를 당하고 있다. 이 바둑에선 조 9단이 일찌감치 우세를 확보해 설욕 찬스를 잡았다. 조 9단은 백 1, 3으로 상변 백만 안정시킨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로써 약한 백 돌이 없어져 무난히 골인할 수 있다고 본 것. 그러나 이 7단은 아까부터 우상 백 ○△를 노리고 있었다. 완벽히 살아 있는 형태처럼 보이지만 이 7단은 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 7단은 그 약점을 조 9단이 모르고 있다는 걸 간파하고 일부러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시점을 늦추고 있었다.

○ 실전도=흑 1. 조 9단은 우상 백의 궁도가 넓었기에 이런 수가 있으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보면 볼수록 기막히다. 백 2로 젖히는 수가 최선인데 흑 3을 선수하고 5로 막자 백 귀에 기분 나쁜 맛이 남았다. 이곳은 흑이 A, B로 두 번 두면 패가 난다. 물론 백이 그 이전에 가일수하면 패 맛을 없애고 살 수 있다. 하지만 백이 흑 1 때문에 이미 석 집을 손해 본 상태에서 가일수까지 해야 한다는 건 견딜 수 없다. 조 9단은 계속 손을 뺐고 나중에 패가 났다. 흑으로선 꽃놀이패였고 팻감이 부족했던 조 9단은 돌을 던졌다. 낙승에서 참패로 추락한 것이다.

○ 참고도=실전 흑 1에 백 2로 움츠려도 별 효과가 없다. 흑 3, 5로 젖혀가는 독수가 있다. 흑 7까지 단패가 나는데 실전의 두 수 늘어진 패에 비하면 백에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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