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시장 조기 관세화, 농민과 국익 위해 논의해야

  • 입력 2009년 8월 10일 02시 59분


한국은 2004년 우루과이라운드(UR) 쌀 협상에서 이른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 의무수입’에 합의했다. 적절한 수준의 관세를 물리면서 시장 수급상황에 따라 쌀 수입을 전면 자유화하는 관세화 조치를 2014년까지 유예하는 대신 매년 5%의 낮은 관세로 일정 물량 이상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내용이었다. 2015년부터는 어떤 경우에도 관세화 유예조치는 연장되지 않는다.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민관(民官) 합동기구인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쌀 특별분과위는 ‘쌀산업발전협의회’를 신설해 공론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최근 쌀 조기 관세화와 관련해 “현재 농민이 중심이 된 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며 9월이나 10월쯤 되면 어느 정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쌀 수입 자유화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거부감 때문에 도입된 현행 제도는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2004년 합의에 따라 최소 수입물량은 2005년 22만5000t에서 매년 2만여 t씩 늘어나 올해 30만7000t, 2014년에 40만8000t으로 증가한다. 관세화 시기를 내년 초로 앞당기면 그 이후에는 올해 MMA 물량인 30만7000t씩만 수입하면 되지만 현행 합의대로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를 계속하면 2015년 이후에도 연간 40만8000t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조기 관세화를 미루면 미룰수록 의무수입 물량만 늘어나는 것이다.

미국산 쌀 가격은 2년 전만 해도 국산의 4분의 1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국산보다 30% 정도 낮다. 관세화를 앞당기는 대신 현재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를 물리는 것이 수입량을 줄이면서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 못지않게 쌀의 상징성이 강한 일본과 대만은 이미 2000년과 2003년에 당초 예정보다 관세화를 앞당겼지만 외국 쌀 수입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정부는 쌀의 조기 관세화가 국익과 농민을 위해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농민의 눈높이에 맞춰 충분히 설득해 납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쌀농사를 하는 전업(專業)농민 가운데도 2015년이 되면 전면 관세화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해 광우병 촛불시위처럼 일부 세력이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를 과장 왜곡 조작해 농민을 선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정부가 현실에 입각한 국내외 대응을 선제적이고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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