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조환익]세계 속 한국을 향하는 새 흐름을 본다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상반기 대외부문의 경제실적이 연초 우려하던 내용에 비하면 꽤 괜찮은 편이다. 6월 수출이 ―10%대의 크게 완화된 감소 폭을 보였고, 상반기 전체로도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 수출국에 비하면 선방했다. 몇 달째 계속되는 큰 액수의 무역흑자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안정을 되찾은 듯싶다. 연초 그렇게 한국 경제를 흔들어대면서 또다시 ‘IMF행’ 열차를 태우려던 외국 언론도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악의적 주술을 더는 걸지 않는다.

한국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이유는 한국 경제가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하고 세계 시장 여건이 비관적이므로 한국같이 대외의존적 경제체제가 가장 쉽게 붕괴한다, 비슷한 경제체제이면서 금융 부문의 허브 역할까지 하는 싱가포르마저 상태가 좋지 않으니 한국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논리였다.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경제 분석가들은 한국이 수출보다는 내수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어찌 보면 현실적 대안이 없는 전업 타령으로 맞장구쳤다. 물론 그들은 지금 조용하다. 탄탄한 제조업 기반과 이에 근거하여 보여준 우리 수출의 힘이 그렇게 허약하지 않았음을 그들도 이제는 알게 됐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였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선진국 중 한국의 경제 회복이 가장 빠를 것이라고 발표한 배경에는 우리 수출에 대한 이런 평가가 깔려 있다. 올 상반기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외국인 투자가 50% 이상씩 격감했는데 한국에서만 증가한 현상도 전 세계가 불황에 빠져 돈 벌 곳이 없는데 한국에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투자가의 믿음이 작용한 결과다. 어려운 세계 시장 여건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리는 한국 제조업의 힘이 시장에서 제대로 인식되기 시작한 셈이다.

엄동설한에 꽃피운 수출 경쟁력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우리 기업의 활약은 오히려 돋보인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작고 강한 중소기업까지 해외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다. 신기술로 무장한 정보기술(IT) 기업, 우수한 품질과 치밀한 현지화 마케팅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하는 중소기업이 대표적이다. 소위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으로 불리는 중소기업까지 수출에 힘을 보탠다. 이런 요인이 경제위기 후 본격화되는 외국 기업의 ‘한국을 다시 보자’라는 새로운 흐름에 촉매가 됐다. 우수한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에 투자하겠다, 한국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력할 한국 업체를 찾아 달라, 잠재력이 높은 한국 기업에 글로벌 자금을 유치해 주겠다는 글로벌 외국 기업의 한국 방문이 부쩍 늘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을 단순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 진정한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래를 준비함에 있어 우리 기업의 협력이 필요해졌다는 점, 우리 기업과 함께 미래를 대비하자는 뜻을 포함한다. 이들의 손짓이 반가운 이유는 이들과의 협력이 앞으로 세계 시장의 본무대에서 활약하는 데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5월 미국 뉴욕에서는 TI, GE, IBM,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 굴지의 기업 26곳이 한국 기업과 기술개발부터 마케팅까지 파트너가 되어 협력하자며 상담회에 참가했다. 6월에는 세계적 제약회사 70여 곳이 한국을 찾아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타진했고, 얼마 전에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외국 회사 180여 곳이 한국 기업과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공동 개발하겠다며 서울에 왔다. 이외에도 퀄컴, 보잉, 사노피-아벤티스, 히타치, 아부다비 투자회사 등 글로벌 기업이 파트너가 될 한국 기업을 찾아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선진국 기업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에서도 한국을 다시 보자며 연이어 한국으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더 높은 도약위해 과감한 투자를

우리는 매달 매달의 수출실적 등 그때그때 실적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면서, 경제전망을 이에 맞춰 주식 시세 맞히듯이 수도 없이 바꾸는 경향이 있다. 경제실적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조금 좋아졌다고 바닥론이니 자금회수니 하는 조급증도 위험천만한 생각이지만 우리 실력을 깎아내리는 자기 비하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우리 기업이 국내외적으로 맞은 시련 속에서 쌓아온 경쟁력이 이 엄동설한에서 꽃피우는 지금, 세계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큰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외환위기 속에서 IT와 조선 산업을 키워 성장동력으로 만들었듯이 이번 위기에서도 앞으로 10년, 20년의 먹을거리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녹색산업이든 바이오산업이든 문화콘텐츠산업이든 또는 업그레이드된 전통 제조산업이든…. 이를 위해 기업이 좀 더 과감히 투자를 늘리고 뼈를 깎는 혁신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조환익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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