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입력 2004년 10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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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소녀의 비극적 사랑을 수채화 같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담아내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사진제공 영화공간
소년과 소녀의 비극적 사랑을 수채화 같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담아내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사진제공 영화공간
결혼을 앞둔 리쓰코는 이삿짐 속에서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곤 갑자기 사라진다. 약혼자 사쿠타로는 리쓰코의 행선지인 시코쿠로 뒤쫓아 간다. 시코쿠는 사쿠타로의 첫사랑인 아키와의 추억이 서린 곳. 영화는 사쿠타로의 고교시절로 돌아간다.

예쁘고 우등생인 데다 스포츠도 만능인 아키에게 반한 사쿠타로는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음성편지를 주고받으며 아키와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단둘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아키가 쓰러진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엇갈린 평가를 받을 것 같다. 하나는 ‘눈물 없인 볼 수 없고 아름답고 순수하다’이며, 또 다른 하나는 ‘철딱서니 없고 유치한 데다 길기까지 하다’란 반응이다. 분명한 건, 이 영화는 관객이 자신의 주관적 사연이나 추억을 포개어 바라볼 때 제대로 보인다는 점이다.

‘세상의…’엔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비극적 사랑을 경험하고픈 청소년기의 (비현실적인) 욕망을 채워주는 거의 모든 디테일이 들어 있다.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사랑 메시지 주고받기, 비 오는 날 학교 강당에서 연주하는 피아노, 둘만의 무인도 여행, 불치병, 부모의 반대, ‘사람이 죽으면 사랑도 죽을까?’ 하는 조바심, 좌절되는 마지막 여행, 병원 무균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마지막 키스까지.

이런 철부지 사랑 얘기를 풀어가는 데 무려 2시간18분을 썼다. 영화는 시간을 압축하기보다는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기다랗고 섬세하게 늘임으로써 소년소녀의 ‘사랑의 속도’대로 (어쩌면 그보다 더 느리게) 진행된다.

일본에서 올 5월 개봉돼 700만의 관객을 끌어들였다.

‘고(GO)’를 연출한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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