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석호]‘김정운 세습설’에 잊혀진 北核위협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꼭 한 달 전인 지난달 1일 정보당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실이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김정운은 한 달 동안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일부 외신은 취재경쟁에 급급한 나머지 각종 오보(誤報)나 미확인 보도를 쏟아내기도 했다. 인터넷에 띄워진 한 한국인 사진이 김정운 사진으로 둔갑하는가 하면 김정운의 중국 방문 보도는 여전히 설(說)로 남아 있다.

북한의 권력승계는 앞으로 북한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다. 최고지도자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수령 절대주의 독재체제’의 특성 때문이다. 절대왕정의 군주 혹은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주에 비유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국가 정책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의 운명과 일상을 좌우하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지금 그 막강한 권력을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넘겨주는 중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북한 후계 문제보다 더욱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가 있다. 바로 북한의 핵개발과 남한에 대한 위협이다. 북한은 4월 5일 장거리 로켓을 쏘고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6월 13일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가동을 시인했다. 최근에는 핵무기가 미국의 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는 기존 주장과 달리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주요 국가기관에서 일했던 한 고위 탈북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인들이 북한의 핵개발에 너무 둔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한 뒤 사용하려는 핵위협 시나리오 하나를 전했다. “북한은 군인 80명쯤 희생시킬 각오를 하고 눈엣가시 같은 백령도 등 서해 5도를 기습 점령합니다. 그 후에는 ‘반격하면 핵무기를 쏜다’고 위협하면 남한은 국론 분열로 꼼짝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북한발(發) 후계정국’ 속에 북한의 핵개발 위험이 잠시 잊혀진 측면이 있다고 우려한다. 부자 3대 세습은 정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김정운이 성공적으로 후계구도를 구축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해 남한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것은 거의 확실한 미래가 됐다.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고 그 해결 방안을 찾는 데 더욱 관심이 필요한 때다.

신석호 정치부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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