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농구대잔치 오빠부대 다 떠나면…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8분


1990년대 중반 서울 신촌 연세대 체육관과 안암동 고려대 체육관은 늘 팬들로 북적거렸다. 양교 농구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때였다. 농구부 숙소에는 밤늦도록 ‘오빠’들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는 소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연세대에는 문경은(38) 이상민(37) 우지원 김훈 석주일 (이상 36) 서장훈(35) 등이 있었다. 고려대에선 전희철 김병철 (이상 36) 양희승(35) 현주엽 신기성 (이상 34) 등이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당시 농구대잔치에서 실업팀 선배들을 연파하며 체육관의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가 연착륙할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공로가 컸다.

10년 넘게 코트를 지켜온 농구대잔치 세대들도 세월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속속 코트를 떠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양희승과 현주엽이 연이어 은퇴를 선언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지난달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치료를 하고 있던 현주엽은 25일 은퇴 기자회견에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아쉬운 소회를 밝혔다. 그는 “경기력이 떨어지고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자존심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누구나 때가 되면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게 운동선수의 숙명이다. 하지만 농구대잔치 출신 스타들의 퇴장은 앞만 보고 달리다 어느 순간 떠밀리듯 물러나는 듯해 씁쓸해 보인다. 세대교체를 통해 팀을 재편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하루아침에 퇴물 취급을 받고 있어서다. 서장훈은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인데 마무리를 잘하도록 배려해 줄 부분도 있지 않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렇다고 화려했던 과거에 멈춘 채 자기 입장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이상민은 “달라진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미리 변화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고참 선수로서 스스로 낮춰야 될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흔히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한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얘기도 있다. 코트의 별들도 그런 모습을 그려보지만 냉혹한 현실에서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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