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인터넷서 심폐소생술 배운 아들, 아버지 살렸다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건축업을 하는 이모 씨(50)는 11일 오전 2시경 광주 남구 자신의 집에서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졌다. 남편의 거친 숨소리에 잠을 깬 이 씨의 부인(46)은 옆방에서 자고 있던 아들 유종 군(13·광주 방림초등학교 6년)을 다급하게 불렀다.

어머니가 119에 신고하는 사이 유종 군은 침착하게 아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확보하고 심장을 압박하면서 인공호흡을 하는 동안 119구급대가 도착했다. 구급대는 간단한 응급조치를 한 뒤 이 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이송 도중 이 씨는 심장 박동과 호흡이 살아나고 의식을 찾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은 “심장마비로 호흡과 맥박이 정지되면 4분 이후부터 뇌가 손상을 입기 시작한다”며 “유종 군의 침착한 응급처치가 아버지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유종 군은 심근경색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아버지가 지난해 12월 심장마비로 쓰러진 이후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혼자서 심폐소생술을 익혀 왔다. 유종 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베개를 가지고 심폐소생술을 연습하곤 했는데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며 “아들이 자랑스럽고 기특하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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