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여창]국립공원 생태 해치는 케이블카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7분


이명박 대통령은 화석에너지 절감과 자연자원 육성 및 보전과 같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투자하여 고용 확대와 함께 지구환경 보전에 기여하면서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녹색성장기본법을 만들고 국가의 장기적인 녹색성장 잠재력을 키울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그중에는 생태관광 진흥도 포함된다. 녹색성장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환경부에서 내놓은 것이 국립공원의 핵심자연보전지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도록 허용하는 일이다. 국립공원에 더 많은 케이블카를 설치하여 국립공원 지역 산촌의 관광사업을 진흥함으로써 산촌 지역주민의 소득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이다. 환경을 지키는 일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환경부가 앞장서고 있다.

국립공원은 19세기 말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자연환경보전제도로서 자연생태계를 원형 그대로 보전하여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인공적인 개발과 현세대의 과도한 이용을 금지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67년 지리산을 제1호로 지정한 이래 현재까지 20개의 국립공원을 지정 관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전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지정하고 관리한다. 국립공원이 된 곳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된 곳인데 사유림이 38%나 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안에 있는 토지주의 사유재산 이용권이 크게 제약된다. 국민 다수의 공익을 위하여 사익을 희생시킨다. 사유재산권을 제약하면서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 국립공원에 관광객의 즐거움을 더하고 관광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국립공원을 훼손하는 케이블카를 놓으려면 국민 다수와 미래세대를 위한 방안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국민의 의사와 상반된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편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할 것인가?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경제위기에 대한 각국의 정책방안을 논의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 정책을 제시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경제성장과 국민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산업생산과 국민소비생활에서 에너지 투입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을 지향한다. 따라서 녹색성장 정책은 성장의 잠재력을 키우면서 장기적인 효과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생태관광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생태관광의 밑바탕이 되는 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함으로써 산림의 아름다움이 훼손되는 일은 장기적으로 보면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잠식시킨다. 국립공원과 같은 자연생태계를 잘 보전하는 일도 생태관광이 지속가능하게 만들므로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 만약 지리산이나 설악산의 꼭대기까지 케이블카를 놓는다면 수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져 고산지대 산림생태계가 초토화된다. 이렇게 되면 국립공원을 기반으로 한 생태관광은 얼마 가지 못하여 그 매력이 시들고 말 것이다.

국민대중의 공익을 위해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 환경정책의 기본이다. 환경부가 관광개발정책에 앞장서서 국립공원의 취약한 산악생태계를 훼손하는 케이블카 설치를 허용하는 것은 본연의 할 일이 아니다. 환경부가 아니면 어디서 국립공원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는가.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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