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이유있는 바이오 열풍, 머니게임 경계할 때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1분


바이오주가 열풍이다. 한국의 열기는 자못 심상치 않지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증시에서도 바이오나 헬스케어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경기가 저점에 이르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이익의 안정성이 높은 업종에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가 침체되고 경기반등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는 시기에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가 바로 의약, 바이오, 헬스케어 업종이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은 자칫 경기회복에 실패할 경우 투자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바이오, 헬스케어 업종은 경기회복에 실패하더라도 가장 손실이 작은 대안으로 꼽힌다.

둘째, 이들 업종은 현 정부 정책의 수혜주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를 비롯해 일본 영국 중국 등이 모두 경기 침체기 후 새로운 설비투자를 이끌어 낼 신산업 후보군으로 바이오 업종을 1순위로 꼽고 있다. 경기 사이클을 설비투자 사이클의 관점에서 볼 때 경기의 바닥은 설비조정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경제위기처럼 직전의 호황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된 경우 과잉중복 투자된 설비가 조정되지 않고서는 경기의 바닥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때 정부가 경기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재정정책이고, 재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대안은 신산업에 대한 정부주도형 투자다.

현재 이런 산업군으로는 대체에너지와 바이오가 꼽힌다. 하지만 대체에너지는 당장의 효율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또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이 동행한다는 점을 감안하고 핵융합이나 수소처럼 파격적인 에너지원이 개발되는 수십 년 후가 아니라면 당장의 돌파구로 선택되기는 어렵다. 이 점은 각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바이오 역시 아직 성과물이 명백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1980년대의 헬스케어 열풍, 1990년대 말의 바이오 열풍, 2000년대 초반의 줄기세포 열풍을 거치며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때문에 바이오는 투자를 이끌어내고 실제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고용을 확대하면서 신산업의 요건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에 대한 기대를 정부정책 수혜주라는 이유로 무조건 거품으로만 폄훼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바이오는 연관 분야가 넓다. 바이오를 줄기세포로만 보는 것은 무척 좁은 시각이다. 줄기세포는 오히려 단기간에 성과를 얻기 어려운 분야다. 바이오는 제약, 생명, 헬스케어, 심지어 인간의 육체를 보조하는 로봇이나 환경 산업까지도 포괄한다. 특히 치료뿐 아니라 진단 영역을 고려한 영역의 확장성은 일반인의 예상보다 크다.

다만 지금 찾아온 바이오 열풍을 단순히 코스닥시장의 머니게임 논리로 치부하고 바라본다면 조만간 투자자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는 끔찍한 투기의 장으로 변질될 것이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합리적이고 능숙하게 대응을 해나간다면, 바이오가 제2의 정보기술(IT)업으로 우뚝 서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요즘 코스닥시장의 과열은 대운하 관련주에 대한 ‘묻지 마 투자’처럼 비이성적이며 제어가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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