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공병호]한국경제, 철두철미한 구조조정이 해법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우리 경제에도 봄은 오는 것일까. 요 며칠 사이에 주가지수가 반등하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원래 돈이란 수익이 낮은 곳에 지긋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수는 없으며 약간의 가능성만 보이면 수익률이 높은 곳을 향해 움직인다. 주가 반등은 시중에 풍성하게 풀린 유동성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올바른 진단이다. 실물경제의 침체와 상관없이 올 한 해 동안 국내외 상황 변화에 따라 증시는 심한 널뛰기를 거듭하고 이런 와중에 승자와 패자가 속출할 것이 틀림없다. 며칠 사이에 불었던 증시의 봄바람도 그런 현상의 하나로 봐야 옳다.

이와 달리 극심한 불황은 한동안 계속되고 내리막길에 있는 경제 상황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경험하는 불황은 어두운 터널의 진입로에서 초반부를 막 지나가는 시점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는 여전히 여러 걸림돌이 앞을 가로막는다. 우리 스스로 불황 해결을 위해 꼭 실행에 옮겨야 할 일을 서둘러 추진하기보다는 “그냥 어떻게 잘되겠지”라는 심정으로 미적거리면서 버티기로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걱정을 한다.

옥석 안가린채 구호만 요란

이미 발생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술이라면 모를까, 경제에서 그런 기적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경제에서 건너뛰는 법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를 비롯해 세계가 실력이나 능력을 넘어서 흥청거려 왔다면 당연히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경제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먼저 우리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라. 소비침체는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며 점점 더 악화된다. 가처분소득의 급감, 자산소득의 감소, 일자리 창출의 급감에다 소비심리의 위축은 내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며 기업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실정이다. 기업 차원에서는 급격한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치논리는 고용조정 없이 끝까지 함께 가는 쪽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불황의 초기 단계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결국 개별 기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다시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산업을 보더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은 실정이다. 관계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들 버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정된 자금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할 기업에까지 계속해서 흘러들어간다. 구조조정이란 구호는 요란하지만 실제로 우량과 불량 기업을 가르는 일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바깥 사정 역시 유리하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연초만 하더라도 선진국 주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상반기에 확연히 드러나고 주택시장도 안정세를 찾음으로써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 주택시장의 추가적 가격 하락 우려와 이로 인한 부실 자산의 증가 우려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전 세계가 그동안 분수를 넘는 흥청거림의 결과를 철두철미한 구조조정으로 해결하기보다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능하면 고통 없이 돈을 풀어서 해결하려는 정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 그리고 일자리 나누기 정책의 본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거의 산업구조에 인력과 자원을 묶어두는 일을 뜻한다. 고통을 경험하면서 철저한 재활 노력을 해야 할 기업과 사람에게 진통제만 계속 투입하는 일은 증세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메스 들어야

증시 회복을 두고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회복을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고 험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돈을 찍어서 살포하고 예전 방식대로 자원이 배치된 채로 이번 불황이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자연법칙에 맞지 않는 일이다. 고통스럽더라도 한국경제에 철두철미한 구조조정을 허(許)하라! 이런 선택이야말로 비용을 줄이면서 빠르게 불황을 넘어서는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