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대학생 과학 기본 약해 한계에 직면한다”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부임한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 교수(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물리학과)가 16일 첫 강의에서 “한국 대학생들의 과학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은 뼈아픈 충고다. 스무트 교수는 “한국에서 고교 때 물리과목을 공부한 학생들이 적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면서 기초과학이 약하면 한국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과학교육의 치부를 외국의 저명학자에게 들킨 듯해 낯이 뜨거울 정도다.

2006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만 15세 대상)에서 우리나라는 57개국(OECD 30개국 포함) 가운데 과학 성적이 11위였다. 2000년 1위, 2003년 4위에서 급락한 것이다. 같은 이과(理科) 과목 중에서도 수학은 1, 2위를 다투는데 과학만 떨어진 것은 과학 수업시수를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인 제7차 교육과정의 잘못도 크다. 그나마 이과를 지원한 학생마저 수능 점수를 따기 어려운 물리 같은 과목을 외면하니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스무트 교수는 기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기자가 “기초과학 분야 졸업생이 취업이 안 돼 지원자가 적다”고 말하자 “기술은 2년 주기로 바뀌는데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재만 뽑는다면 한국 기업에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옳은 지적이다. 우리는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등 20∼30년 전에 투자한 산업으로 먹고살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성장동력 개발이 시급한데 그 기초가 되는 과학교육이 부실하니 부실한 뿌리에서 좋은 열매가 맺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올해부터 수학 과학 교육을 강화해 문과 학생들도 미적분을 필수적으로 배우게 했다. 일부 대학들은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자연계 학생들에게 수리 가형 응시를 의무화했다. 그렇지만 수학 과학 교육 강화가 아직 대세는 아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일본 학자들이 대거 포함되는 현실을 부러움으로 지켜만 볼 게 아니라 이제라도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정부는 중고교 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이공계 지원도 늘릴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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