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불황타개 해법, 비용절감보다 매출확대서 찾아라

  • 입력 2009년 2월 21일 02시 59분


세계적인 인사조직 컨설팅사 헤이그룹 크리스 매슈스 회장일“나누기 등 ‘유연한 고용’

직원들 업무 몰입도 높여

리더는 용기-소통능력 함께

늘 직원눈에 띄는곳에 있어야

어려워도 교육비 감축은 피할 것

해고땐 대상자 감정 존중을”

《1975년 헤이그룹에 입사해 1987년 최고경영자(CEO) 및 회장에 선임돼 20년 이상 헤이그룹을 이끌어 왔다. 캐나다 뉴브런즈윅대를 나와 웨스턴 온타리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CEO 리더십 평가, HR 전략 및 보상, 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다.

세계 최초의 인사조직 컨설팅사로 1943년 미국 컨설턴트 에드워드 헤이가 설립했다. ‘직무평가’와 ‘역량’이란 개념을 최초로 학계와 산업계에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본사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으며 세계 47개국에 88개 지점을 두고 있다.》

○ “개선하지 말고 달라지라”

―불황기 HR 전략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합니까.

“불황이라고 해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만 고려해서는 안 됩니다. 불황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불황 뒤에는 반드시 호황이 옵니다. 지금 직원을 해고해도 호황기에는 누군가를 다시 고용해야 합니다. ‘불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보다 ‘이 불황을 넘긴 후 어떻게 회사를 꾸려 나갈 것인가’를 더 고민하십시오.

어제 포럼에서 만나 본 한국의 기업 임원들에게서 한국 경영진이 지나치게 비용 절감에만 집착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이미 중국과 같은 저비용 국가가 아닙니다. 저비용 국가가 아닌데도 비용 절감에만 집착하다 보면 소기의 성과는 달성하지도 못한 채 그 조직이 지닌 장점만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비용을 줄이기보다는 매출을 늘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식으로 생각의 전환을 이뤄야 합니다. ‘개선하지 말고 달라지라(be different not be better)’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과거 세계 경제위기와 비교할 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기업들의 HR 전략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보상 전략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많은 보상을 주는 것이 반드시 직원의 업무 능력 및 몰입도 향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게 금융위기로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적절하지 않은 보상이 오히려 기업의 독(毒)으로 작용한 금융업계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비단 금융계나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각국 정부도 과도한 보상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는 것이 향후 상당 기간 HR 전략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한 회사에서 많은 보수를 받는 직원과 적은 보수를 받는 직원의 격차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보상을 자제하더라도 높은 성과를 거두는 인력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핵심 인력은 불황이건 호황이건 드문 존재입니다. 회사의 핵심 인재가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이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사람이 없으면 그 기업의 노하우를 내부적으로 계승할 수 없습니다.”

○ 의사소통은 상대방의 언어로 해야 큰 효과

―과거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무조건반사 식으로 비용 및 일자리 감축을 시도했지만 이제는 이런 식의 접근을 지양하고 일자리 나누기처럼 좀 더 유연한 제도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더는 해고가 최우선 방식이 돼선 곤란합니다. 일주일에 4일 근무하기, 직원 안식년제 도입, 장기 무급휴가 부여 등 일자리 나누기 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헤이그룹의 연구 결과 유연한 고용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글로벌 회계법인인 KPMG도 파트너부터 말단 직원까지 포괄하는 일자리 유연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사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일자리 나누기 제도가 등장한 게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KPMG처럼 큰 기업이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 자체가 변화의 움직임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불황기 기업의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입니까.

“첫 번째 덕목은 가시성(visibility)입니다. 리더가 항상 직원들의 눈에 띄는 곳에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리더는 절대 사무실이나 공장 안에 숨어있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은 이미 미디어 보도 등을 통해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접합니다. 이때 최고경영자(CEO)까지 자리를 비우면 직원들의 동요가 더욱 커지죠.

두 번째 덕목은 용기입니다. 감원과 같은 어려운 결정이라도 회사를 위해 필요하다면 직원이나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를 단행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녀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의사소통 및 감성교류 능력입니다. 불황기 의사소통의 핵심은 ‘반복’입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도 아닌데 자꾸 말해서 좋을 것이 뭐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회사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꾸준히 알려줘야 합니다.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해고의 필요성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도 또한 증가합니다.

미국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제프 킨들러 회장과 1990년대 IBM을 위기에서 구한 루이스 거스너 전 회장은 의사소통의 대가입니다. 이들은 말단 공장 직원에서부터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거물 투자자까지 회사의 이해관계자 모두를 다루는 데 능수능란했습니다. 이들이 상대방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완벽한 의사소통을 이뤄낸 이유는 상대방의 언어로 대화했기 때문입니다. 말단 직원에게 재무제표상의 복잡한 숫자를 얘기하거나, 투자자들에게는 오늘 날씨가 어떠냐는 식의 대화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상대방에게 걸맞은 언어로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 어려울때 일수록 임원들이 솔선수범해야

―불황 때 직원들의 교육 훈련비를 삭감한 기업의 성과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불황기에 직원 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인지요.

“불황 때 예산 절감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마케팅비나 직원 교육훈련비입니다. 경비 절감 시도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자사의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취약점이 고객서비스이고, 교육훈련의 목표 또한 고객서비스 증진에 맞춰져 있다면 불황일수록 오히려 이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평상시에도 잘하지 못했던 일이었다면 불황 때 잘하는 것이 더욱 힘드니까요.

불황 때 교육 예산까지 줄이면 이 기업은 다시는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할 기회를 가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성공을 위한 핵심 교육이라면 아무리 불황이라고 해도 반드시 투자해야 합니다.”

―불황 이후의 성장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당장 생존이 위급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기업이라면 어떤 식으로 인력을 감축해야 합니까.

“회사 전체 인원 중 몇 %를 감축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해고 대상자들의 감정을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하십시오. e메일이나 문자로 해고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는 최악입니다. 이번에 감원 폭풍이 몰아친 금융업계에서는 해고 통지를 받은 직원이 그 즉시 개인 사물함 하나만 달랑 들고 회사 문을 나오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매우 좋지 않은 예입니다.

불황 때 떠나는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으면 호황기 때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구할 수 없습니다. 서구 기업에 비해 가족적인 문화가 짙은 한국 기업은 해고자를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가져올 위험성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1만 명의 직원을 가진 기업이 10명을 해고할 경우 그 10명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나머지 9990명이 지켜본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이는 앞서 중요성을 강조한 핵심 인재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회사 쪽에서 떠나줬으면 하는 직원보다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인재가 먼저 떠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강성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도 감원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불황기에 노조 문제는 어떻게 다뤄야 합니까.

“노조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은 평상시 좋은 관계를 맺어두는 것입니다. 노조는 불황기를 전쟁, 평상시를 평화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소에도 노조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면 해고는커녕 일자리 나누기조차 진행하기 어려워집니다.”

―불황기에 많은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비용 절감을 강하게 주문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전기 플러그 뽑고 퇴근하기, 이면지 사용하기, 냉난방 비용 줄이기 등에 치우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방법이 가져올 비용 절감 효과보다 직원들의 사기 저하 비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무엇을 주문하기보다 임원들이 먼저 성과급을 반납하거나 임금을 삭감하는 식으로 리더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는 CEO의 주도 아래 임원진부터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고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을 하향식(top-down)에서 상향식(bottom-up)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뛰어난 리더십입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크리스 매슈스 헤이그룹 회장은

1975년 헤이그룹에 입사해 1987년 최고경영자(CEO) 및 회장에 선임돼 20년 이상 헤이그룹을 이끌어 왔다. 캐나다 뉴브런즈윅대를 나와 웨스턴 온타리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CEO 리더십 평가, HR 전략 및 보상, 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다.

헤이그룹은

세계 최초의 인사조직 컨설팅사로 1943년 미국 컨설턴트 에드워드 헤이가 설립했다. ‘직무평가’와 ‘역량’이란 개념을 최초로 학계와 산업계에 소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본사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으며 세계 47개국에 88개 지점을 두고 있다.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호(2009년 3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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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지식의무한보고-동아비즈니스리뷰(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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