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구조조정, 정부 나서되 ‘빅딜’ 전철 밟지 말아야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45분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경쟁력을 잃은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건설 및 조선업체의 재무구조와 성장성을 평가해 구조조정을 벌이는 작업을 채권금융기관에 맡겼으나 민간 자율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은행 등 대주단(貸主團)은 건설과 조선 111개사 가운데 퇴출은 2개사, 워크아웃은 14개사를 선정하는 데 그쳤다. 부실 또는 부실우려기업 정리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대주단은 퇴출기업이 많아지면 은행도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구조조정은 산업 전체를 감안한 종합 처방 없이 개별기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세계적인 버블(거품)에 기인했다. 수요가 부족한데도 넘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공급능력만 키운 탓이다.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도 나름의 거품을 인정하고 이를 걷어내는 인고(忍苦)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어제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식으로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수요가 위축되는 시장에서 산업별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하면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우리 경제의 과잉투자를 해소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에는 부작용이 크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반도체 자동차 등 8개 분야의 빅딜(대기업 간 업종 교환)은 정부의 지나친 개입 탓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LG그룹의 반도체 부문을 인수한 하이닉스의 출범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 정부는 민간의 자율성을 크게 해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정책수단을 내놓아야 한다. 민간기업 간에 인수합병이 추진되도록 세제 금융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국가별 경제 순위의 변동은 ‘어느 나라가 어떤 구조조정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 산업경쟁력 수준과 버블 정도를 감안해 정밀한 구조조정 계획을 짜고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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