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대공황기 루스벨트에 비하면 오바마는 ‘행운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9일 02시 58분



부시 정부가 물러가고 드디어 오바마 신정부가 출범했지만 주식시장은 출발부터 험난하다. 시장은 쏟아져 나오는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쇼크에 압도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어닝쇼크(bad news)와 경기부양책(good news) 간의 핑퐁게임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오바마가 이 힘겨운 게임에서 이겨 망가진 세계 경제를 재건시켜줄 영웅이 되어주기를 미국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당신은 오바마의 승리에 베팅할 것인가, 오바마의 패배에 베팅할 것인가?

2009년의 오바마 신정부에 대한 기대는 1933년 대공황 때의 루스벨트 신정부가 출범하던 해와 비교된다. 1929년 대공황 발생 이후 루스벨트가 취임할 1933년 3월까지 다우지수는 끝없이 추락했고, 미국의 은행과 제조업의 절반 정도가 파산했다. 취임 첫해인 1933년에 경기부양 정책을 실시했지만 당장 실물경기가 회복되지는 못했다. 루스벨트가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망가진 금융시스템의 재구축(긴급 은행법)이었다.

올해 오바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금융시스템의 신뢰회복 작업이다. 이미 신임 재무장관인 가이트너가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지만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은행이 아직도 숨기고 있는 부실자산을 완전히 다 털어내고 대출을 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은행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주택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는 한 정부가 은행에 돈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부실자산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은행들은 현재 실물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자기 자신의 유동성을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장기 주택모기지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4%대로 떨어졌지만 대출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대출 신청자가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사실상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신경제팀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도 금융시스템의 신뢰회복 작업이다. 어떤 증권사 리포트는 ‘신3저(低)’로 인한 주식시장 랠리를 기대한다고 했는데 이는 난센스다. 3저란 저금리, 저유가, 저원화를 말하는데 저유가, 저원화는 맞지만 저금리가 틀렸다. 정책금리(기준금리)는 내렸으나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실제로 내리지 않아 시중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금리가 실제로 떨어져야 3저가 되는 것이다.

루스벨트 취임 첫해인 1933년, 경기는 여전히 최악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스템의 신뢰회복과 루스벨트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다우지수는 67%나 상승했다. 76년 전 루스벨트가 취임했을 당시의 세계 경제상황과 현재를 비교하면 지금이 그때보다는 펀더멘털 면에서 훨씬 나은 상태다.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