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형준]경찰 소환에 꿈쩍않는 ‘폭력 의원들’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국회의원 보좌관과 당직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신문을 읽더니, 의원들은 아예 경찰서에 나타나지도 않네요. 보좌진들도 수사기관을 무시하는데 의원들은 오죽하겠습니까.”

14일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된 고발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한 경찰관은 “의원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가 진척되기 어렵다”며 “다른 사건도 처리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만 매달릴 수도 없고…”라며 난감해했다. 그는 “설령 조사에 응하더라도 얼마나 협조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국회 폭력사태로 고발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민주당 문학진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 3명에게 9일부터 출석을 요구해 왔지만 해당 의원들은 국회 일정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며 응하지 않고 있다.

결국 서울남부지검은 세 차례나 출석을 거부한 강 의원을 직접 조사하기로 했고 경찰은 문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해 각각 16일, 19일 출석할 것을 다시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에서 해머 등을 휘둘렀던 의원들은 폭력사태 책임론 등을 내세워 버티고 있다. 강 의원은 12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도 “국회 폭력의 원인 제공자는 한나라당”이라며 수사기관의 조사에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 과정에서 해머를 휘두른 문 의원도 “집에 도둑이 들면 집주인으로서 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몽둥이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 의원 측도 “어떤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국회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고 나섰고 일부 의원은 ‘국회폭력방지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폐지하거나 제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치고받고 싸우는 의원들의 추태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국민의 목소리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애써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 국회를 등에 업고 수사에 응하지 않는 모습에 ‘방탄국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을 무시하는 의원들은 법을 만들 자격이 없다는 것을, 국민은 의원들이 법 ‘위’에 있기보다는 법 ‘아래’에 있길 바란다는 점을 의원들은 상기해야 할 것이다.

황형준 사회부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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