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시하라 망언, 심대한 주권침해다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잦은 망언으로 악명 높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 도쿄도지사가 이번엔 “북한은 중국에 통합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그제 도쿄에서 가진 외신기자회견에서 “이것이 북을 자연스럽게 붕괴시켜 문명사회로 끌어들이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미국에는 가장 쉬운 북한 문제 해결책이고, 중국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중대한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이시하라는 노회한 정치인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인사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단순한 실언(失言)이 아니라 우익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이시하라는 ‘작은 나라는 큰 나라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제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나 그의 발언은 사실관계나 역사의 관점에서 명백한 오류이자 왜곡이다.

대한민국 헌법(제3조)은 그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도 엄연히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이다. 1945년 광복 이전의 한반도 역사로 보나, 국제법적으로 봐도 그렇다. 그런 북한이 중국에 합쳐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떼어서 중국에 넘겨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한국의 정치지도자가 일본과 러시아 간에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열도와 주변 4개 섬’에 대해 “이 땅은 러시아에 넘겨주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면 일본이 용납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사를 부정함으로써 북한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북한 통합이 한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한 대목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북한을 중국에 넘겨주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반쪽’으로 남게 된다. 통일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시하라는 “한반도는 일본을 겨냥한 비수이므로 남북이 분단돼 있어야 일본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일각의 한반도관(觀)에 따라 분단 고착화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의 망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를 포함한 북한 급변사태 시 일본도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문제에 발언권을 갖기 위한 고의적인 도발의 목적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착각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본의 관심은 한일 우호와 신뢰의 기반 위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