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세청장과 ‘대통령 고향 유지들’의 부적절한 만남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1분


전임 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국세청장이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의 유지 및 기업인들과 경주에서 골프를 치고 대구에서 회식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에는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 끼어 있고 대구 회식에는 대통령의 손위 동서도 참석했다고 한다.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국세청장이 국가적 차원에서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런 시기에 대통령 동서 및 고향 유지들과 어울렸으니 음습한 ‘권력 유착’의 시도로 보는 눈길을 탓하기도 어렵다. 국세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인들과 함께 골프를 쳤으니 계산은 누가 했는지도 궁금하다. 대통령의 동서를 비롯한 포항 유지들의 처신도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릴 만하다.

국세청은 한 청장이 경주세무서 신축 청사 준공식에 참석하러 간 김에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전에 치밀하게 만날 사람들을 고르고 일정을 맞추지 않고는 국세청장이라도 대통령 고향 유지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으기 힘들다. 회동의 목적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 말기에 임명된 한 청장이 이명박 정권 실세(實勢)의 주변 인물들과 인연을 맺고 자신의 인사 로비를 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 동서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주의만 주고 넘어갔다지만 그렇게 끝낼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 청장은 ‘그림 로비’ 의혹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국세청의 명예에 큰 상처를 입혔다. 이런 사람이 2만여 세무공무원의 수장 역할을 더 할 수 있겠는가.

국세청은 정권 교체기만 되면 ‘정치 세무조사’ 논란과 출세를 위한 정치판 줄 대기, 이를 둘러싼 내부 암투 등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제라도 국세청이 납세자를 섬기고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일벌백계(一罰百戒)로 기강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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