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19일 출범 국가브랜드위원회 어윤대 초대 위원장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다문화 존중해야 품위있는 선진국 진입”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핵심이 될 이슈를 꼽는다면 단연 ‘다문화’입니다.” 19일 대통령 직속으로 출범하는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어윤대 초대 위원장은 위원회의 역점 사업을 설명하면서 “한국도 이제 다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세계도 한국을 사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한국의 국격(國格)을 높이기 위한 범부처 컨트롤타워(사령탑) 역할을 맡게 되는 기관이다. 최영훈 편집국 부국장이 8일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에서 어 위원장을 만나 다문화 시대를 맞게 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최영훈 편집국 부국장

국가이미지 높이면 상품판매-투자유치 늘 것

아시아 인재 장학생 유치에 원조자금 활용을

―국가와 브랜드가 결합했습니다. 어떤 뜻인가요.

“한국의 국격위원회라고 보면 됩니다. 나라 품격을 높여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한국 상품의 품질을 믿게 하고 더 나아가 해외 직접 투자를 늘려 나라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포괄적 의미에서 국가브랜드위원회입니다.”

―역점을 두는 정책방향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랑받는 한국이 되려면 우선 후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많이 해야 합니다. 삼성이나 LG, 현대의 이미지가 한국, 다시 말해 ‘Made in Korea’ 이미지보다 앞서가고 있습니다. 그 격차를 줄여서 우리 기업이 한국 이미지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고 중소기업이 세계에 나가 제값을 받도록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한국 국민의 개방성을 높여야 합니다. 국내에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있는데 적절하고 체계적인 다문화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무엇보다 선진국민으로서 시민의식 개선이 중요하고요.”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다문화를 주목하는 건 어떤 이유에선가요.

“우리는 단일민족을 장점으로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하나의 지구촌 안에서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한국도 결혼이나 취업 등 여러 형식으로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면서 이미 다문화 사회가 됐습니다. 하지만 단일민족이나 혈통을 중시하는 분위기 탓에 발상과 사고의 획기적인 전환을 하기가 힘듭니다. 다문화를 존중하고 한국에 진출한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척하고 만들겠습니다.”

―유럽은 수백 년 동안 갈등과 대립을 거쳐 다문화 사회가 자리 잡았지 않습니까.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죠. 영국의 식민지였던 싱가포르가 좋은 예입니다. 싱가포르를 만든 영국인 라플의 동상은 이 나라 곳곳에 있습니다. 외국 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하고 있지요. 우리는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국민총생산(GNP) 대비 무역량이 70%가 넘습니다. ‘수출만이 일본을 지탱한다’고 말하는 일본도 30% 수준입니다. 그런 차원에서도 다문화를 존중하는 열린 마음은 필수입니다. 경험을 통해 얻을 수도 있지만 교육이 중요한 만큼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과정에 더불어 사는 세계시민 교육을 넣어 가르쳐야 합니다.”

―다민족 다문화의 역동성을 살려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인가요.

“미국을 보세요. 1800년대 초만 해도 인구가 4000만여 명밖에 안 됐지만 외국 노동력을 흡수하면서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은 인구증가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힙니다. 이웃 일본처럼 인구는 줄고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면 경제 역동성이 없어집니다. 대비를 해야지요.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선진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조직적 제도적으로 도와줘야 합니다.”

―다문화 사회의 장점도 있지만 우려되는 문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외국의 인재를 받아들인 나라가 강대국으로 성장합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싼 나라 중 하나인데 바로 노동력 때문입니다. 원활한 노동력 공급은 전체 경제에 윤활유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이 너무 배타적 국수적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과연 외국인과 그 2세가 한국사회에 어울려 흡수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 문화에 흡수되지 않고, 자긍심을 느끼지 못해 비행 청소년이 되면, 나중에 우리 사회가 안게 되는 피해나 비용은 굉장히 큽니다.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유혈 폭력사태를 보세요.”

―그런 점에서 시민의식과 교육을 강조했군요.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면 현지에 가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럽연합(EU)의 국가에서는 대학생들이 1년간 이웃국가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도 주도적으로 아시아 대학 간 교류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또 미국의 평화봉사단을 응용해 앞선 정보기술(IT) 수준을 가진 우리 젊은이들이 후진국에 가서 선진기술을 지원하는 봉사활동도 시민교육의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고려대 총장으로 계실 때 외국 대학과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하셨지요.

“문제는 교육 수단인 언어가 한국어이다 보니 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올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전체 학부의 38%를 영어수업으로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사고의 글로벌화, 다문화를 전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선거에서 선출됐을 때 제3세계를 리드하는 인도의 지원을 받았죠. 사위가 인도사람이라 크게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 문화를 서로 이해하는 힘이 바로 이런 겁니다.”

―주요 대학에서 아시아의 똑똑한 학생들을 유치해 지한파로 키워야 되겠군요.

“일본이 4, 5년 전부터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부어 해외 인재를 일본으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외국 엘리트를 자기 나라에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 만드는 거죠. 호주 역시 대학을 산업으로 봅니다. 국제수지에 도움 되는 것은 물론 호주 유학생 출신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유력인사가 되면 호주에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인재부족 현상을 겪는 공과대학 쪽에 아시아 학생들을 유치해야 합니다. ODA 자금에서 장학금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비전과 목표를 막힘없이 말하던 그에게 한국의 실상을 물어봤다. 그의 얼굴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고민입니다. 우리 위원회 역할 중 하나가 쉽게 말해 한국을 홍보하는 건데, 홍보에서 핵심은 실체가 있어야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1950년대 독일의 슬로건이 ‘Engineering German’이었는데 아직도 독일 제품은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우리도 휴대전화, 초박형 TV 등 ‘테크놀로지’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실체를 슬로건화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실체를 광고해서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이군요.

“우리 기업인 ‘Hyundai’를 외국에서는 일본 제품이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현대에서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현실이죠. ‘Made in Korea’ 이미지와 우리 기업의 명품 이미지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가 당당하게 세계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브랜드위원회의 궁극적 목표입니다.”

정리=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어윤대 위원장:

△고려대 경영학과, 경영대학원 졸업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박사

△연세대, 호주 그리피스대, 중국 런민(人民)대 명예박사

△1982년∼현재 고려대 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1999∼2000년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센터 소장

△2003∼2006년 고려대 제15대 총장

△2007∼2008년 자유무역협정 국내대책위원회 위원장

△2007년∼2008년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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