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의료정보 비공개’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장기이식술과 부정맥수술, 사시(斜視)수술 등 특정시술을 실시한 병원 명단을 22일 공개했다.

심평원은 “국민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정보 공개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한 건이라도 수술을 한 병원은 모두 포함돼 있어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가령 신장이식술을 시행하는 기관은 53곳이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이른바 ‘빅4 병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포함돼 있었다. 부정맥수술은 106곳에서, 사시수술은 147곳에서 실시했다. 난도가 신장이식술보다 낮은 터라 더 많은 대학병원이 명단에 포함돼 있다.

심평원은 이에 앞서 7일에도 대장암 간암 위암 등 주요 암의 수술 실적이 많은 병원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심평원은 “진료의 질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정 건수 이상의 수술을 해야 한다”며 암별로 ‘괜찮은 병원’이 되기 위한 기준 수술건수를 책정했다. 대장암은 연간 78건 이상 수술한 병원이 ‘괜찮은 병원’으로 모두 38곳이 선정됐다. 같은 방식으로 간암은 43건 이상 수술한 29개 병원, 위암은 67건 이상 수술한 38개 병원이 선정됐다. 당연히 큰 병원은 이 명단에 모두 들어 있다.

의료계에선 수술경험이 많을수록 실력이 좋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병원의 수술실적은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그러나 심평원은 “순위를 공개하면 병원의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다”며 모든 정보 공개를 거절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도 마찬가지다.

대학병원이 진료를 잘한다는 사실을 굳이 심평원의 명단을 보고서야 깨닫는 환자는 거의 없다. 환자들은 조금이라도 나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 하고 병이 위중할수록 더 실력 있고 시설이 좋은 병원을 찾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복지부와 심평원이 의료기관을 두둔하는 듯한 방어논리에만 치우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의료정보 공개의 일차 목적은 병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정보는 죽은 자료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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