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歲費 10% 반납’이라도 한번 실행해 보라

  • 입력 2008년 12월 9일 03시 00분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예산안 합의 이후 당 안팎의 강경파들로부터 잇단 공격을 받고 있다. 어제도 이른바 ‘민생민주국민회의’라는 시민단체 연합그룹과 당내 강경파인 ‘민주연대’의 항의 방문을 받았다. 그 바람에 “국회부터 고통분담 차원에서 내년 세비(歲費) 10%를 반납하자”는 정 대표의 제안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일부 좌파 시민단체는 오히려 “정부와 한나라당의 감세는 막지 못하고 무슨 엉뚱한 소리냐. ‘쇼’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연대야 초가집이 불타든 말든 오직 정치투쟁에 목을 매는 1970, 80년대식 운동권처럼 행동하니 그렇다 치자.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조차 “고려해보겠다. 그러나 이벤트성, 정치적 주장만으로 이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아쉽다.

물론 의원 299명이 세비 10%를 반납해 봐야 연간 28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서민생활안정기금으로 내년 예산에 30조 원을 새로 책정하라고 주장하는 민주연대의 눈에는 푼돈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홍 원내대표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세비 10% 반납보다는 경제 살리기 및 민생 관련 법안들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이다. 여야 합의대로 12일 예산안을 순조롭게 처리하는 일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지금의 경제난은 모든 경제 주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서로 조금씩이라도 고통을 나누며 헤쳐가야 할 길고 혹독한 터널이다. 그런 점에서 정 대표의 제안도 한발 늦은 감이 있다. 좀 더 서둘렀더라면 정치권에서 시작한 고통 분담의 물결이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내놓은 선의(善意)조차 무시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건 같은 정치인으로서 누워서 침 뱉기다. 문근영의 선행(善行)을 두고 집안 내력까지 파헤치며 의심하고, 돌을 던지는 악플 누리꾼과 다를 게 뭔가. 세비 10% 반납이라도 한번 해보고 난 뒤 트집을 잡든지 말든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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