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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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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발전했지만 더 노력해야
이승만의 자유당부터 노무현의 열린우리당까지 권력자가 바뀔 때마다 새 정당이 계속 만들어지고, 권력자의 퇴장과 함께 당도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게다가 정치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이 순식간에 해체되고, 쪼개지고, 합쳐지거나, 간판만 바꿔 위장 ‘신장개업’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짧은 헌정사에 너무 많은 정당이 명멸(明滅)해서 주요 정당조차 이름을 다 기억하기 힘들며, 이제는 새로 쓸 이름조차 거의 없을 지경이다. 나중에는 ‘무지개당’이니 ‘헬레니즘당’이니 하는 기상천외한 당명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정당의 정체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름도 난무했다. 민주정의당이 대표적인 예이다. 5공화국도 공과를 같이 갖고 있으며, 의외로 역사에 순기능을 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두환 체제가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단어가 바로 민주였고 정의였다. 다른 예인 새천년민주당은 ‘21세기를 주도하는 백년 정당’을 추구하다 불과 몇 년 만에 사라졌다. 선거 때만 되면 ‘새로운 피를 찾아 해매는 드라큘라’적 속성을 가진 한국 정당과 거기에 일부 호응하는 소위 재야(在野)의 구태가 재발했던 현 제1야당 민주당의 현란한 변신과 탄생과정은 마치 마음대로 분리·합체·변신하는 ‘트랜스포머’ 로봇을 보는 것 같았다. 트랜스포머는 장난감이나 영화로 족하다. 이름만이라도 새로운 것을 선호하며 이런 행태를 조장하고 방기한 국민의 책임도 크다.
한나라당이 창당 11주년을 맞아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조촐한 현판식을 가졌다 한다. 척박한 한국 정당사에서 한 권력자의 부침에 종속되지 않고 이만큼 장수하면서, 야당과 집권당 경험을 모두 가진 정당이 됐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 사실만 가지고도 한국 정당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한편으론 11주년이 별로 즐겁지 않아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압도적 표차로 집권에 성공하고 의회에서 172석이란 넉넉한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국의 주도권은커녕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는 데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새롭고 효율적인 당청관계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자율성 높이고 지역한계 탈피를
한국 정당의 근본적인 한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태어날 때 자생적 정당이 아니었기에 밑으로부터 생겨나는 자율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지역당이란 부분적 색채를 좀처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인적(人的)으로는 모태였던 민정당으로부터 거의 탈피했지만 사회의 그늘진 곳을 감싸 안으면서 ‘가진 자의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또한 시대적 조류에 둔감해 낡고 고리타분한 느낌마저 준다. 손학규라는,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젊고 진보적인 인물이 작년의 대선 경선 중에 탈당한 사실은 한나라당의 경직성과 이념적 협소함을 보여준 실례가 아니었을까.
1997년 신한국당과 꼬마 민주당이 합당해서 생긴 한나라당은 기대 이상의 발전을 해왔다. 그러나 현 상태로는 미래가 없다.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큰 나라, 하나의 나라라는 좋은 이름에 걸맞은 지속적인 정당으로 진화하길 기대한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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