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음의 상처’ 아물지 않은 아프간 피랍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동료사망 충격 - 비판여론에 부담감

21명중 14명 외상후 스트레스 겪어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21명 중 14명은 귀국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를 보였으며 이 중 4명은 PTSD를 장기간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우택, 이영준 교수팀과 샘안양병원 정신과 원경아 과장은 아프간에서 인질로 잡혔다가 귀국한 한국인 21명을 1년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1년에 걸쳐 아프간 인질의 정신건강 상태를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결과는 23일 열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으며 조만간 국제 정신 관련 학회에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PTSD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일정 기간이 흐른 후 초조, 불안, 공포 등 비정상적인 긴장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PTSD 증세를 보인 14명 중 10명은 귀국 후 4주 동안 PTSD 장애를 보이다가 그 이후에 점차 증세가 호전됐다.

나머지 4명은 4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PTSD 증세를 보였다. 이들은 치료 3개월 시점까지는 호전 양상을 보였지만 3개월 이후부터 1년 사이에 오히려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 과장은 “아프간 인질로 잡혔다가 풀려난 사람들은 심각한 신체적 이상은 없었지만 동료 사망에 대한 충격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며 “특히 사회적 비판 여론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40일간 피랍 경험에서 초래된 불면증, 무기력감, 불안감, 우울감을 보였다.

이들은 인질 기간 동안 가장 큰 고통으로 식수 부족, 희망 상실, 주거 및 개인위생 불편, 아프간인들의 무관심과 냉정 등을 꼽았다.

전 교수는 “대다수 아프간 인질들은 석방 후 PTSD가 많이 호전됐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증세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PTSD 환자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고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가족과 친구들이 적극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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