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와 市場이 나라 안팎의 惡意를 이겨내야

  • 입력 2008년 9월 4일 02시 59분


며칠 금융시장을 뒤흔든 ‘9월 위기설(說)’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7조 원(약 67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한꺼번에 회수해 달러로 바꿔 나갈 경우 환율과 금리가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는 대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루머다. 외국인 채권의 만기는 대부분 이달 9일과 10일에 몰려 있다. 위기설의 실체는 1주일만 지나면 깨끗하게 판가름 날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 채권액의 2배가 넘는 상환 자금을 확보해 둔 상태”라며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외국인 투자가는 채권 재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4위, 세계 13위 경제대국에서 근거가 빈약한 위기설이 위력을 발휘한 것을 어처구니없다고만 말하기도 어렵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많이 허약해졌고, 주요 경제 현안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 정부 탓도 크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쌓인 경상수지 적자는 77억 달러로 불어났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꿔준 돈(대외채권)에서 외국에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을 뺀 순대외채권은 6월 말 기준으로 27억 달러에 불과하다. 겨우 3개월 사이에 100억 달러 이상 줄어 순채무국으로 후퇴할 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환율 정책의 실패까지 겹쳐 외환보유액은 5개월 연속 줄었다.

그러나 위기설이 괴담 수준으로 번진 과정에서 나라 안팎 일부 세력의 불순한 의도가 작용한 흔적도 감지된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HSBC 이코노미스트의 발언 등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한국이 검은 9월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HSBC 측은 “위기가 아니라고 했는데 진의가 왜곡됐다”며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일부 국내 매체도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거나 일부 외신 보도를 비중 있게 전해 결과적으로 위기설을 부풀리고 불안심리를 확산시켰다. 정부를 흔들기 위해 위기를 과장하는 양상이다. 경제 운용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무책임한 괴담 유포는 질이 다르다.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는 주로 3개월 단위로 계속 돌아온다. 그때마다 위기설을 퍼뜨려 한몫 잡으려는 세력에는 상응하는 손해를 보게 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 불안요인 모니터링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 체질을 다지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펴나가야 할 것이다. 시장도 자율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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