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정훈]가까스로 개원해놓고 61명 불출석한 국회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88일 만에 원구성을 마무리하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는 예상과 달리 빈 의석이 많았다. 상임위원장 선출과 촛불정국의 산물인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열린 이날 회의에 재적의원(299명)의 20%가 넘는 61명이 불참한 것이다.

취재 결과 이날 불참 의원 중 35명은 해외에 머물고 있었다. 상당수는 의원외교 차원의 공식일정이었지만 개인적인 업무로 출국한 이도 적지 않았다.

최근 상임위원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낙선한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한중 e스포츠 교류전인 ‘IEF2008’ 공동위원장으로서 행사 준비를 위해 중국에 있었고, 대학교수 출신인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학회 참석을 이유로 네덜란드에 체류 중이었다.

나머지 불참 의원들도 지역구 행사에 참석하거나 개인 용무, 병 치료 등을 이유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특히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안경률 사무총장 등 핵심당직자들을 포함해 41명이나 불참했다. 한나라당 진영 박상은 임해규 이달곤 의원과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미국 모 재단 초청 행사 참석차 24일 출국했다. 전 의원은 귀국해 26일 본회의에 참석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귀국을 미뤘다.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김기현 나경원 의원은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초청으로 차세대 정치지도자 교류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호주로 출국하는 바람에 특위 일정이 미뤄지게 돼 민주당 측이 반발하기도 했다.

‘친이재오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다음 달 1∼4일 열리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파견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면서도 전당대회 참석을 명분으로 26일 출국했다. 그는 현지에서 연수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공 의원은 방미 일정 때문에 28일 열리는 당 워크숍과 9월 초 정기국회 회의에 불참한다. 진수희 의원도 30일 출국해 이 전 의원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18대 국회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빌미로 원 구성을 장기간 미뤄 상당수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합의와 약속 파기를 반복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다 원 구성을 마무리하기 위해 겨우 열린 본회의에 20%가 넘는 의원이 불참했다면 그들을 뽑은 유권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특히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여야 모두의 뼈저린 반성과 재발방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훈 정치부 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