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축법 改惡하려고 국회 80일간 空轉시켰나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에 합의하고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을 타결지었다. 18대 국회가 이제야 겨우 정상궤도의 입구에 선 것이다. 원 구성은 국회가 새로 소집되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의무사항인데도 여기까지 오는 데 임기 개시 후 82일이나 걸렸다. 이런 국회가 과연 필요한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한나라당은 절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갖고서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야당에 무기력하게 끌려 다녔다. 그러나 더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할 쪽은 민주당이다. 원 구성을 볼모로 국익이나 민생과는 크게 관계도 없는 요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원 구성과 가축법 개정을 연계시킨 것부터가 잘못이지만 상대가 수용할 수 없는 안을 고집한 것은 판을 깨자는 의도와 다를 바 없었다.

여야가 합의한 가축법 개정안은 광우병 발생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국가산(産)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쇠고기 제품, 특정위험물질(SRM)의 수입을 금지하고 수입 재개 시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미국산 쇠고기는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뒀다. 광우병 우려가 실제 이상으로 부풀려진 데다,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이런 식으로 법을 개악하려고 그 난리를 쳤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당초 민주당이 주장한 대로 미국산 쇠고기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담은 정부 고시는 휴지가 되고 만다. 정부는 국가 신뢰에 타격을 주고 무역 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재협상만은 피하기 위해 지난 넉 달간 ‘촛불 광풍’을 참아내고 어렵게 두 차례 추가 협상까지 벌였는데,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국정에 조금이라도 책임의식을 가진 정당이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민주당이 촛불시위에 편승하느라 국회 개원을 41일간 늦춘 것이나 원 구성을 지연시킨 것은 모두 심각한 직무유기이자 국회법 위반이다. 제1야당이 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꼼수와 싸움질이 체질화돼 있다면 국회가 정상 가동하더라도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생산적이고 건전한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회 공전으로 국정 운영과 국민 생활에 필요한 법안은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세비(歲費)를 포함해 월 4300여만 원씩을 꼬박꼬박 챙겼다. 모두가 국민이 치르는 비용이다. 국회 파행을 방지하고 의원들이 부당하게 세비를 챙기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부터 만들어야 한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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