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영]합법정부, 결단의 시간이다

  • 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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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는 준(準)무정부 상태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은 완전히 무장해제당해 치안질서 유지 책임을 잊고 있다. 공영방송도 불법폭력시위를 오히려 미화하고 부추기면서 국가의 기틀을 흔들고 있다. 벌써 두 달째로 접어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태평로 일대의 해방구 모습은 이 나라에 과연 정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시작된 이 사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 미국과의 추가협상이 만족할 만한 성과이고 더 받아낼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수입 쇠고기가 확실히 안전하다고 고시하는 정부라면 이제는 시위를 두려워하거나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합법정부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쇠고기를 구실로 사회 혼란이나 국가 변란을 꾀하는 일부 불순한 세력을 체포해서 사법적인 심판을 받게 하고 공권력에 도전하는 불법폭력 시위자는 엄격한 법 집행을 통해 법이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광화문과 태평로 차도를 불법 점거한 채 반정부 깃발을 휘날리며 의기양양하게 활보하면서 많은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마비시키는 소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밝혀내야 한다. 이런 기막힌 무법천지는 이제 막을 내리게 해야 한다.

불법시위엔 法집행 엄정하게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의기관의 한 축인 국회가 열리지 못하는 헌법장애 상태에서 다른 축인 대통령이나마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치안질서의 확립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정부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일부 불순한 과격 데모꾼들의 사기만 높여 주고,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의 실망감만 키워 그들로 하여금 점점 등을 돌리게 만든다.

대통령은 비장한 결단을 해야 한다. 국무회의 지시로 끝나지 말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불법폭력시위 세력에 결연한 자세로 대처해 무너진 공권력을 바로 세우고 흐트러진 치안질서를 회복시키든지, 그런 용기와 의지가 없다면 일부에서 거론하는 것처럼 완전히 백기를 들고 물러나든지 둘 중의 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대통령이 아직도 취임할 때의 사명감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선택은 자명하다.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과제는 치안질서를 유지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의 존엄성을 정부 스스로 존중해야 한다. 법을 무시하고 법을 고의로 어기는 사람에게 그릇된 유화정책을 쓰는 것은 정부가 법의 존엄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공권력은 과잉 행사해서도 안 되지만, 있어야 할 곳에 공권력이 없는 공권력의 과소 행사도 법치주의의 독이다.

사법부도 이제는 사명감을 가지고 불법폭력 세력을 발본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법치문화가 정착된 선진 사회는 어디에나 사법부가 굳게 자리를 지키며 제구실을 다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고 합법적인 시위는 철저히 보호해야 하지만, 우리 헌법은 불법폭력 시위나 헌정질서 파괴 목적으로 기본권을 악용하는 단체나 정당에까지 관용을 베풀지는 않는다.

야당도 사회단체로 전락한 해괴한 정치 행태를 하루속히 청산하고 정당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시민단체가 벌이는 지루한 시위는 야당의 기능 마비 상태에도 그 책임이 있다. 정상적인 대의민주주의라면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있을 때 야당은 그 뜻을 파악해 대의기관으로 가져가 정부여당과 정책적인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정도이다.

공권력 과소행사도 법치의 毒

지금 야당의 정치 행태는 국정을 함께 책임지고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닐 뿐 아니라 무책임한 시민단체보다도 못하다. 국회를 외면하고 시위세력에 부화뇌동하면서 장내투쟁은 해 보지도 않은 채 장외투쟁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치 행태는 정말 저질스럽고 역겹다. 국회에 들어가 보았자 소수세력의 한계 때문에 얻을 것이 없고 오히려 좌절감만 느끼게 될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 때문이라면 과감히 의원직을 벗어던지고 장외투사로 변신하는 게 낫다. 그러면 용감하다는 평이라도 듣는다.

대통령은 헌법상 주어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기둥을 바로 붙들어야 한다. 그 다음부터 쇠고기 파동을 거울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낮은 자세로 모든 정책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추진해야 한다.

허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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