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쇠고기’ 소모전 뒷전에서 떠내려가는 ‘경제’

  • 입력 2008년 6월 25일 22시 58분


정부와 국민이 미국산 쇠고기 공방에 휩싸여 지낸 사이에 경제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은 4∼6월 소비자심리지수(SCI·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경제상황)가 8년 만에 최저치인 86이라고 발표했다. 지수가 100 이하면 경기가 나빠졌다고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인데, 3개월 전에 비해 무려 19포인트나 하락했다.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에 비해 5%대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또 뒷걸음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3.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LG경제연구원은 4.0%를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분기 3.6%, 4분기 2.6% 등 하반기에 3.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 5%대 성장을 거두더라도 국제유가 폭등의 영향으로 국민총소득(GNI)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엔 더 나빠 체감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전체 성장률마저 급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이다. 지난 10년간 중산층은 크게 줄고 빈곤층은 늘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결과도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성장동력이 약화되자 국민은 경제 회생(回生)을 간절히 기원하며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경제가 이 지경이어서 낙담하고 있다. 국제유가 폭등이나 세계금융시장 혼란 탓도 크지만 무리한 성장정책과 고환율정책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하의 고물가) 위기를 초래하고, 국민의 신뢰 하락으로 개혁정책마저 추진동력을 약화시킨 정부의 책임이 무겁다. 국회에 등원하지 않는 야당, 사사건건 정부를 흔드는 좌파세력 등도 경제 살리기에 재를 뿌리고 있다. 사회 일각도 쇠고기 문제를 지나치게 확대함으로써 정부로 하여금 경제 문제에 집중하기 어렵도록 만든 측면이 있다.

정부는 내주에 발표할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경제안정을 강조할 계획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는 게 우선 급하다고 본 것이다. 경제 회생을 내건 정부로서 하반기 3∼4% 성장으로 국민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 정치권 국민 모두가 소모전이 되고 있는 쇠고기 공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경제를 챙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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