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015년에 대가뭄”

  • 입력 2008년 6월 13일 03시 00분


■ 부경대 변희룡 교수팀 연구 발표

‘가뭄’이 쉽게 연상되는 계절 여름이 다가왔다. 한반도는 가뭄에 얼마나 시달려 왔을까.

조선과 대한제국 말 사료에 따르면 한반도는 1884년부터 1910년까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고 한다. 이 기간 연평균 강수량은 878.8mm로 지난 30년간 연평균 강수량인 1384.7mm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최근 이 같은 대가뭄이 2010년부터 한반도에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에서 열린 가뭄전문가 워크숍에서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한반도에서 6년, 12년, 38년, 124년 주기로 가뭄이 나타나는 증후를 포착했다”며 “2015년께 가뭄이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가뭄의 주기에 다소 오차는 있지만 대체로 일정한 기간마다 가뭄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 38년 주기 가뭄은 3∼10년 계속

변 교수팀은 1777년부터 2006년까지 강우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6년 주기 가뭄이 1988년 충남, 1994년 전남, 2001년 경기, 2006년 전남과 경남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12년 주기 가뭄은 여름철 장마가 짧거나 아예 생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1982년과 1994년에는 장마 없이 바로 여름이 시작됐다.

38년과 124년 주기 가뭄은 지속기간이 길고 피해 규모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38년 주기 가뭄은 지속 기간이 3∼10년, 124년 주기 가뭄은 25∼29년에 이른다. 1884년 시작된 대가뭄의 정점인 1901년은 38년과 124년 주기 가뭄이 겹쳐서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변 교수는 “38년 주기 대가뭄은 2010년, 124년 초대가뭄은 2012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5년 가을에 유례없는 가뭄이 한반도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새 가뭄지수로 정밀 예측 가능성 높여

한국은 그동안 1963년 미국에서 개발된 ‘파머가뭄지수’를 이용해 가뭄 상황을 확인해 왔다. 하지만 이 지수는 1개월 단위로 강수량을 비교하기 때문에 7, 8월에 하루 이틀만 많은 비가 내려도 가뭄이 해갈되는 한국 상황을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변 교수팀은 비가 내린 날과 다음 날의 강수량 차를 비교하고, 과거보다는 현재 강수량을 중시하는 새 가뭄지수(EDI)를 만들었다. 월초에 비가 오다가 월말에 가뭄이 들 경우 가뭄으로 보지 않는 현재의 파머가뭄지수를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연구팀은 이 지수를 한반도 강수량 데이터에 적용해 이제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6년, 12년, 38년, 124년 주기 가뭄을 처음 확인한 것이다.

○ 댐 수량 부족도 가뭄의 일종

연중 강수량의 감소와 함께 댐의 담수량이 크게 줄어드는 ‘수문학적 가뭄’을 경고하는 견해도 나왔다.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하루 이틀 내리는 단비로는 댐의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강수량이 평년과 다름없는 봄에도 전년도에 가뭄이 발생할 경우 댐 수위가 70%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의 수문학적 가뭄 주기는 12년이라고 한다. 변 교수의 발표 내용 일부와 일치하는 대목이다.

기상연구소 김규랑 박사는 “그동안 가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학자마다 가뭄지수를 다르게 써온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상황에 맞는 가뭄지수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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