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쉽지만 진지했던 총리-대학생 대표 토론회

  • 입력 2008년 6월 6일 22시 54분


한승수 국무총리와 전국 32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어제 오후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시국 토론회를 갖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과 촛불집회에 관해 대화를 했다. 총리와 대학생 대표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보려는 시도는 나름대로 의미가 컸지만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은 아쉽다.

10여 명의 학생이 ‘협상 무효, 고시 철회’ ‘한승수는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토론회장에 들어선 한 총리는 최근 사태에 대해 심심한 사죄의 말을 전하고 질문에 답변했다. 학생들은 한 총리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 한 총리는 “재협상은 국가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만큼 재협의를 통해 합의한 것을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30개월 넘는 쇠고기의 수입은 어떻게든 막겠다”고 약속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 대표들의 태도와 자세는 평가해줄 만했다. 한두 명이 목청을 높이며 “미친 소를 꼭 수입해야 하느냐”는 식으로 발언을 했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질문과 발언은 예의와 품위를 잃지 않았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근거 없는 괴담이나 지나치게 과장된 내용을 근거로 총리를 몰아세우는 일도 없었다. 한 총리가 경찰의 경비 지원도 받지 않고 일부 수행원만 데리고 참석해 학생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총리가 대학에서 학생들과 토론회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1963년 11월 김종필 총리가 고려대와 서울대 초청 토론회에 간 적이 있고 1991년 6월 정원식 총리서리가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연한 뒤 학생들에게서 밀가루와 계란 세례를 받은 것이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와 학생들이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촛불집회 현장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외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쌍방향 대화라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리에서 일방적인 주장만 난무할 뿐 상대방 견해를 진지하게 들어보려는 토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총리와 대학생 간 토론회처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각계와의 대화를 추진했더라면 쇠고기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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