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괴담과 허위 선동, 해도 너무 한다

  • 입력 2008년 5월 26일 22시 51분


백골단은 5, 6공 정권 때 경찰이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을 진압하기 위해 무술 유단자들로 조직한 사복체포조의 별칭이다. ‘폭력경찰’의 대명사였다. ‘악명 높던 백골단이 부활했다’는 동영상이 일요일인 25일부터 포털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이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이날 새벽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장면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해 3월 10일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장면이었다. 백골단이 있을 리 없다. 불법시위를 막느라 온갖 고생을 다하는 어린 전경(戰警)을 비롯한 경찰을 ‘폭력경찰’로 몰아가 시위대와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려는 수법이다.

미국 동물보호단체가 동물 학대를 고발하기 위해 제작한 동영상 속의 ‘주저앉은 소(Downer cow)’가 광우병에 걸린 소로 둔갑하는 과정과도 흡사하다. 소가 주저앉는 원인은 59가지나 되고, 광우병일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한데도 MBC ‘PD수첩’은 다우너 소가 곧 광우병 소인 것처럼 연상시키는 내용을 방영했다.

인터넷에서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겨냥한 악성 루머도 만연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민영화되면 감기 치료에 10만 원, 급성맹장 수술에 300만 원이 들어가고, 상수도가 민영화되면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수도요금을 14만 원(285L 기준)이나 내야 한다는 것도 있다.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건강보험 민영화를 부인하는데도 괴담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민영화 괴담’ 역시 민영화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세력이 만들어 퍼뜨리는 것으로 의심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주말 공기업 민영화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고, 6월 말 7월 초의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대운하의 경제성을 강조하기 위해 경유 값을 올리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괴담도 웹사이트에 유령처럼 떠돈다.

근거 없는 괴담과 허위사실을 날조해 선동하는 세력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노리는가. 조직적인 허위사실 조작 유포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론 분열과 사회적 낭비에 따르는 비용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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