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30일 22시 4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감사원이 갑자기 신통력이 생긴 것인가. 지난 정부에선 감사 의지 또는 발표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오래전에 계획을 세웠던 감사인데 그 결과가 지금 나왔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국정의 궤도 수정을 합리화해 주는 듯한 내용들을 쏟아내는 속내가 들여다보인다. 지금 내놓는 감사 결과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위원회 난립과 혁신도시 및 남북협력기금의 문제점에 관해 언론 등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노 정권이 살아있을 때 진즉 손을 댔더라면 ‘뒷북 감사’니 ‘정치 감사’니 하는 말은 듣지 않을 것이다.
감사원의 존재 목적은 예산 낭비가 없는지, 행정기관과 공무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는지를 회계감사와 직무감사를 통해 감시하는 것이다. 비록 대통령 소속이긴 하지만 직무에 관한 한 독립적인 지위를 갖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이나 감사원장의 4년 임기를 헌법에 명시한 것은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는 취지다. 그런 감사원이 그때마다 당대(當代) 정권의 비위나 맞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집합소처럼 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외국처럼 국회 소속이나 별도의 독립기관이 아니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리가 없지 않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헌법과 법률로 엄연히 독립성을 보장받는 감사원이 제구실을 못하는 가장 큰 책임은 전윤철 감사원장에게 있다.
전 원장은 내년 6월이면 감사원법에 정해진 70세 정년이 된다. 1년 남짓한 임기를 마저 채우기 위해 새 정부 비위 맞추기 감사를 한다는 말도 들린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아래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자리에 대한 미련 때문에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면 딱한 일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