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구]‘선거용 黨’ 난립… 역대최다 17개 정당…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1분


18대 총선이 26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면서 선량이 되겠다고 외치지만 이번 총선은 이래저래 역대 최고의 코미디 총선이 될 듯하다.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역대 최다인 무려 17개의 정당이 후보를 등록했다. 국민실향안보당, 문화예술당, 직능연합당 등 이름도 생소한 정당도 많다.

총선용 급조 정당 양산에는 기존 정당들도 한몫했다. 한나라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근혜 인사들은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만들었다. 민주노동당은 노선 차이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으로 분열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과 총선을 위해 자신이 만든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유선진당을 창당했다. 자유선진당의 한 후보는 자신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을 선거운동에 이용해 눈길을 끌었다.

총선을 코미디로 만든 것은 정당뿐만이 아니다.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미 민주당을 탈당한 이 지역구 의원인 이계안 의원을 불러들였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 복당해 서울 선거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역 의원들은 저마다 복수의 칼날을 갈면서도 “당선 후 복당하겠다”고 외친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복당은 없다”고 반박하는 실정이다. 비리, 철새 전력으로 당 윤리위원장이 그토록 “안 된다”고 외친 한나라당의 한 후보는 결국 돈을 뿌리다가 제명됐다.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밤 11시에 공천자 발표를 하면서 “정식 발표는 아니고 기자들이 확인해서 쓴 것으로 해 달라”고 웃지 못할 요청까지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쇄신공천’을 외쳤지만 결과는 정치 철새들이 안착할 정당을 하나 더 만든 셈만 됐다.

정치판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런 선거판은 처음 본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상식과 정도는 무너지고 오직 개인의 이해득실만 난무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정치발전이 이뤄진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라고 한탄했다.

이진구 정치부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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