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종훈]건설규제 혁신해 公共공사 예산 줄이자

  •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2분


이명박 대통령이 “내가 조달청장을 하면 예산을 10%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조달정책은 예산 절감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달예산을 10% 절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국민의 세금을 낭비할 수도 있다.

정부 조달부문 중 비중이 큰 공공 공사 분야에서 우려되는 것은 최저가 낙찰제의 확대다. 대부분 건설선진국은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했다. 그 대안으로 가치(Value For Money)지향 방식이라는 ‘창조적인 절감’ 노력을 기울인다. ‘낮은 건설비는 오히려 총비용을 증가시킨다’는 경험 때문이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졸속대책의 재연이다. 1999년 영국의 ‘공공 공사 30% 절감 방안’이 소개된 뒤 김대중 정부도 공공 공사 예산의 20%를 절감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 정책은 얼마 후 사라졌다. 조달예산의 절감이 쉽지 않음을 입증한 것이다.

공공 공사의 조달 혁신에 성공한 대표적 나라는 영국이다. 1990년대 초 범정부 차원의 혁신운동을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영국에서 배워야 할 첫 번째 교훈은 건설프로젝트를 보는 인식의 변화다. 영국은 건설 부실이나 원가 상승 등이 주로 공공 발주자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건설산업의 부정적인 형태는 발주자의 거울’이라는 경구(警句)를 자기혁신을 위한 구호로 삼고 있다. 공공 발주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영국 정부의 노력은 다양하다. 교육과 훈련은 물론 각종 지침서나 절차서를 배포하고 많은 기능을 민간에 과감히 이양해 민간의 경쟁력을 공공에 접목하고 있다.

두 번째는 발주 방식의 개선이다. 영국의 상무부나 감사원은 공공 발주기관에 대해 최저가를 적용하지 말 것과 매번 낙찰자를 선정하기보다는 가치에 입각해 우수한 회사와 장기거래를 할 것을 권고한다. 영국의 건설혁신운동 중 대표적인 것이 ‘건설 재인식 운동’이다. 건설프로젝트를 철저히 분석하고 목표를 계량화해 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관리한다. 그중 의욕적인 것이 매년 사업비와 공기를 10%씩 절감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발주자와 도급자는 ‘갑과 을’의 관계를 뛰어넘는 파트너 관계를 맺어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한다.

세 번째는 영국에선 산학연관(産學硏官)이 힘을 합쳐 범정부 차원의 혁신 노력을 한다. 총리가 건설산업의 혁신을 주도해 걸림돌이 되던 각종 제도나 관행을 혁파했다. 또 성공 및 실패 사례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한다.

우리는 300개가 넘는 규제 위주의 각종 건설 관련 법규가 민간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다. 건설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으며 건설 혁신이 전제돼야 창조적 공공 공사의 예산 절감도 가능하다.

김종훈 건설산업비전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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